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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 김재권 칼럼 《DOI OPINION》 - 살아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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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권 [doijkwon] 쪽지 캡슐

2009-07-04 ㅣ No.10889

 

《DOI OPINION》

 

도이 김재권

시인 / 칼럼니스트 / 시문학 강사

 

살아야 하지요

 

 

 살면서 자살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이생에 티끌만큼이라도 미련이 있는 사람은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 살아온 나날 수도 없이 맺은 그 소중한 인연들에 대하여 정말 티끌만큼도 미련이 없었던 것일까?

 

 2009년 5월 23일 대한민국 직전 대통령이 자살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 지도자로서 "카리스마"가 없다는 생각에 그의 견해와 사고가 조금은 달랐던 필자였기에 그의 죽음에 관하여 더는 깊이 논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수많은 칼럼니스트가 그의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도덕적인 측면에서 제 각각의 소견을 밝혔기에 지금 여기에 덧붙이는 것은 그저 군더더기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한 나라의 대통령직에 있었던 사람이 자살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가히 충격적인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자살은 남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아픔과 시련을 준다는 것이다. 그의 가족, 그의 일가친척, 그의 고향마을 사람들, 그를 따르던 노사모 사람들, 그를 지지하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계 기타 등등의 사람들, 무엇보다 그를 사랑했던 많은 국민에게 가슴 속 깊이 큰 아픔을 주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정작 카리스마적이어야 할 지도자에게는 카리스마가 없고, 없어도 될 지도자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으니 이 또한 무슨 아이러니한 일이란 말인가.

 

이임식 직후 고향마을에 내려가서는 "야~아, 기분 좋다!"라고 외치던 그의 상쾌한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퇴임 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서울 언저리에 머물며 늘 정치에 기웃거리는 초췌한 전직 대통령들의 일그러진 모습들에 비하면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금의환향인가!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미국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처럼 인류애적인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 그런 가능성이 있는 전직 대통령이 이제야 한 사람 나오는가 싶었는데...

 

지도자로서의 관념과 소신이 필자와는 너무나 달랐지만, 퇴임 후 그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소탈한 삶의 모습에는 크게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가 자살했다. 너무나도 원칙을 존중한 바보 노무현! 그의 생애 정말 티끌만큼도 미련이 없었던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고 죽음으로 나뉜 별리는 모두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한다 해도, 그래도 자살은 일국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행해서는 아니 되는 모습이다.

 

 툭하면 들리는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 또한 일그러진 우리 시대의 비극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수많은 팬의 성원 속에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주는 그 여파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하겠다. 그들을 열렬히 사랑해 왔던 팬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국민에게 심리적인 허망함을 안겨주고, 더 나아가서는 "자살신드롬"으로 이어져 "베르테르 효과"라 불리는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연예인의 자살은 많은 의혹과 추측을 남기지만, 언론사 또한 자살이 마치 "의미 있는 죽음"처럼 느껴지게 하는 필요 이상의 왜곡된 보도성향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필자 주변에도 더러 자살한 사람들이 있다. 멀게는 대학시절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친구가 있었고, IMF 직후 남도기행 중 인연을 맺은 사람이 생활고로 말미암은 이혼으로 목숨을 끊었고, 가까이 지내던 지인이 몇 년 전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세상을 버리고 떠났다. 죽음은 아무것도 전해주지 않지만, 세월이 흘렀는데도 문뜩문뜩 그들이 그리워지는 마음을 죽은 사람들이 어찌 알까. 그러는 필자 또한 언제든 위험수위에 있는 사람이지만, 어찌 되었든 자살은 죄악이며 남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차마 선택해서는 아니 되는 길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도 자살하는 판에 나 같은 사람 하나 자살한들 무슨 대수이랴?'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연예인이 자살했는데 나 한 사람 자살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친구 누구누구가 자살했는데 나라고 못할 건 뭔가?' 누구의 자살이든 간에 자살이 당연시되는 그런 미화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사물에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삶이 힘들다 하더라도 그래도 우리네 사는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여태 살아온 것이 억울해서라도 한목숨 다하는 날까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낫지 않겠는가!

 

 "봄비를 고대하는 기다림이 있다면 기쁨의 날들 분명 있겠지요/ 그 여름날 갯바위에서 노닐던 바위게의 여유를 어찌 잊겠어요// 가을이 오면 터질 듯 여인의 가슴 같은 탐스런 감도 그립지요/ 안개 피어 눈꽃 된 겨울강의 보트에서 웃음 짓던 그 사람은요// 보고픈 사람 그리운 사람 많아 밤낮 이은 애정의 소리 간절해/ 하루라도 못 견뎌 하는 뜨거운 기운은 도대체 어찌하시겠어요// 사는 모양새 마음에 아니더라도 살 수 있어 사는 체라도 하여/ 훗날 슬퍼도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돌아보는 날 분명 있겠지요" 도이 김재권 시 - '살아야 하지요' 전문 

 

 

-「신춘문예신문」2009년 7월 창간호- 

[출처] 67. 칼럼 《DOI OPINION》 - 살아야 하지요

 

- 대건성가대 도이 김재권 다니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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