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22/09/30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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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9-12 ㅣ No.5159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22/09/30 금요일

 

예로니모 성인은 340년 무렵 크로아티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로마에서 라틴 말과 그리스 말을 깊이 공부한 뒤 정부의 관리로도 일했으나, 수도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사막에서 오랫동안 은수 생활을 하며 히브리 말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사제가 된 그는 다마소 1세 교황의 비서로 일하면서 교황의 지시에 따라 성경을 라틴 말로 번역했습니다. ‘대중 라틴 말 성경불가타’(Vulgata)입니다. 또한 성경 주해서를 비롯한 많은 신학 저술을 남겼습니다. 420년 무렵 선종한 예로니모 성인은 암브로시오 성인, 그레고리오 성인,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함께 서방 교회의 4대 교부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일 동안 제1독서로 욥기를 들었습니다. 욥은 다른 사람들처럼 상선벌악을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라 좋은 일을 하면 그 결과로 상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그 결과로 벌을 받는다고 여기면 살았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욥에게 고통이 닥치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와서 욥이 몰라서 그렇지 알게 모르게 무의식 속에서라도 무슨 죄를 지었으니 욥이 고통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욥은 억울하다고 울부짖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까지 잘못한 일이 없는데, 하느님이 뭔가 계산을 잘못하신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마저 가졌습니다. 오늘 욥기 마지막 부분에 와서 하느님께서 답하십니다. 사람이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상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벌하시는 것이 아니다. 어찌 인간의 윤리기준으로 하느님을 평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하십니다.

 

이렇게 죄없는 이가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인상을 인간 인식을 심어준 욥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야말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거나, 살면서 무슨 죽을 죄를 지어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탐욕스런 기대를 다 들어주지 않은 데 대한 원망과 분노, 하느님의 사랑을 전제로 무조건적인 용서와 자비를 베푸심으로써 상선벌악과 인과응보 및 이해관계로 둘러싸인 사회체계를 뒤흔드는 불안에 대한 기득권층의 질투와 시기 그리고 제거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어느 정도의 못으로 우리 죄악을 예수님께 박았는지는 모르지만 예수님은 우리 사회의 죄악을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고, 그분의 죽음으로 우리는 해방되었으며 새 생명을 얻어 누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심판 때에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루카 10,13-15)

 

우리가 깨우쳤든 못 깨우쳤든, 기억하든 못하든 우리에게 오늘날까지 차고 넘치도록 베풀어주신 주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하며, 주님 사랑 안에서 감사드리며 회개의 첫걸음을 시작합시다. 오늘 성경을 번역하고 주석하시는데 일생을 바치시다시피 한 성 예로니모 축일을 맞아, 우리의 생애로 주님의 말씀을 이루고 실현한 역사를 상기하고 되새기며, 주님 대전에 내 이름의 복음을 봉헌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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