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7주일(다해) 루카 17,5-10; ’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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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9-12 ㅣ No.5161

연중 제27주일(다해) 루카 17,5-10; ’22/10/02

 

 

 

 

 

 

 

 

어떤 사람들은 공부를 오랜 시간 해야, 잘하게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연습을 오랜 시간 해야, 잘하게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 연습하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저는 제가 체험한 또 다른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신학생 시절,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고 715분부터 동료들과 걸어 다니면서 묵주기도를 하고 730분에 저녁기도를 하고는 8시에 각 방으로 돌아가서 공부합니다. 10시에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공부시간은 8시부터 10시까지 딱 2시간입니다. 저는 그런데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더 성당에 앉아서 그다음 날 미사 복음을 읽으며 묵상을 했습니다. 그럼 물리적인 공부시간은 9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밖에 안 남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집중을 해서 그런지, 하느님께서 어여삐 봐주셔서 그런지, 한 시간에 두 시간 몫을 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때 확실히 체험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가 주 하느님께 하나를 바치면, 하느님께서는 그 몇 배로 갚아주신다!제가 주 하느님께 한 시간 기도를 바치면, 주 하느님께서는 몇 배로 제 능력을 키워주셔서,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공부시간에 몇 배의 효과를 내도록 갚아 주신다는 체험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 죽겠는데 기도한다고 시간 다 빼먹으면 언제 일하냐고 항변할지 모릅니다. 빨리 성당 일하고 집에 가서 집안일 해야 하는데, 기도한다고 시간 빼놓고 나면, 언제 성당 일하고 집안일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기도하고 나면 연습시간이 모자라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하느님께 기도하고 나면, 하느님께서 몇 배로 우리가 하는 일과 연습과 공부의 효과를 내려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믿음이고 우리가 살면서 되로 드리고 말로 받는 체험을 하게 되는 주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이르십니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6)

 

여러분은 어떤 믿음을 가지고 계십니까?

열심히 일하면 하느님께서 알아서 잘 풀어주실 것이라고 믿고 일하십니까?

성당 일은 주님의 일이니까, 일하는 것이 기도와 같은 것이라고 믿고 사십니까?

자칫 잘못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주님의 일이라고 여기거나, 주님도 원하시는 일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없는 시간을 내서 성당에 와서 일하면 다 잘하는 일이고 축복받을 것이라고 믿고 사십니까?

마리아와 마르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예수님께 귀를 기울이던 마리아의 역할은 쏙 빼고, 예수님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여겼던 마르타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서, 주님의 뜻대로 주님을 위해서 일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내가 정성과 마음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라고 믿고 계십니까?

내 정성과 노력에 주님의 섭리와 안배가 아우러져 마침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려면, 주님께서 우리를 축복해주시고, 섭리로 이끌어주시고, 안배해 주십사 먼저 기도해야 합니다.

 

성 베네딕토는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라고 이르셨습니다. 성인은 우리가 무슨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주님께서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쭈어보고, 나와 우리 공동체를 향한 주님의 뜻을 찾고, 그 뜻에 맞춰서 일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주님의 뜻 안에 있고, 또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주님 사랑 안에서 축복을 받아 마침내 열매 맺어 주십사 먼저 기도합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주님의 뜻 안에 들어있지 않을 때는, 주님께서 섭리와 안배로 수정해주시고 이끌어주시어, 다시 주님의 뜻 안에서 열매 맺어 주십사 먼저 기도합시다.

 

우리의 노력이 열매를 맺고 꾸준히 힘 있게 일할 수 있기 위하여, 먼저 하느님께 기도합시다.

 

기도 중에 우리는 하느님께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는지 깨닫고, 하느님께서 열매를 맺어 주시도록 우리의 의지와 결심을 봉헌합시다.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할 영적 힘을 받으며, 우리의 정성과 노력을 모아 열매를 맺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이것이 우리가 기도 중에 하는 일입니다. 기도 중에 성경을 읽으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일러주시는 말씀을 통해 주님의 뜻을 찾고, 그렇게 찾아낸 주님의 뜻을 우리 마음에 새기며, 그 뜻을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내기 위해 기도하고 활동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통해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시고 교정해주시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축복해주시기를 간구하며, 성령께서 비춰주시는 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우리의 믿음은, 주님께서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우리에게 일러주시고 우리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주시며, 우리를 통해 마침내 이루어내고 마신다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기도합니다. 사도 성 바로오는 자신의 사도생활을 통해 체험한 믿음 안에서 필리피 교회 신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여러분 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필리 2,13 공동번역)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드는 구나.”(마태 21,13; 마르 11,17; 루카 19,46) 심지어는 성전에서 기도와 전례를 위하여 준비하는 물건과 행위들을 보시면서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요한 2,16)라고까지 꾸짖으셨습니다. 우리가 만일 성전에 와서 기도하고 일하지 않고 일만 하고 되돌아가면, 우리는 성전을 일하는 작업소나 연습 장소나 전례를 준비하는 예행 연습지나 자기 계발이나 취미활동 장소나 봉사활동을 하는 유사 복지관으로 만들어 버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성전에 와서 하는 모든 봉사활동을 기도의 연장으로 확산시켜 봐주기도 하지만, 어쩌다 한번 기도로 봐줄 수 있지, 매일 매번 우리가 기꺼이 자부하는 봉사만 한다면, 우리는 자칫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린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처럼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성전은 기도하기 위한 집입니다. 그러므로 성당에 오면, 먼저 교리실부터 들어가 회합하고 모임하고 연습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성전에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꼭 성전에서 기도하지 않아도, 교리실에서 회합실에서 회합하기 전에, 모임을 하기 전에, 연습하게 전에,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해 주시기를 다 함께 모여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모임에 함께해 주시기를,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를 일러주시기를, 주님께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하여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우리의 봉사에 축복해주시고 열매 맺어 주시기를 먼저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미사는 참례하지 않고, 회합만 하러 오거나, 회합이나 모임을 하러 오면서도 기도가 끝날 시간에 맞춰서 들어오거나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정작 신앙생활의 핵심인 주님과의 관계는 빼고, 자기만 드러내려는 어리석음에 빠지면 안 되겠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눈에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모시지 않고, 눈에 보이고 성과가 드러나는 나의 일만 하는 데 치중한다면, 우리는 주님을 모시고 주님의 일을 하는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칫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또 그렇게 자기 일을 하다가 잘 안 되면, 주님을 원망하기까지 하는 불신의 늪과 유혹에 빠지고 맙니다. 먼저 기도하고 일해야만, 우리의 일이 제 꼴을 갖추고,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일만 하면서 오는 자기 우월감과 자만과 사리사욕의 유혹에 빠져, 스스로 지치고 상처받고 떨어져 나가고, 공동체가 분열되고 평화와 기쁨이 아닌 분란과 갈등을 겪게 되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기도하며 주님을 모시고, 기도하며 우리를 주님 사랑의 섭리와 안배 속에서 지켜주시고 이끌어주시며, 열매 맺어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주님을 사랑하기에, 주님과 함께하고 싶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며,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려드리기 위하여, 주님께 기도하고, 그 보답으로, 주님의 사랑 안에서, 주님의 섭리와 안배 안에서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구원의 희생 봉사를 하기로 합시다.

 

우리 본당의 모든 단체와 모임은 시작할 때, 반드시, 먼저 그 주간에 단체가 읽을 루카 복음의 구절을 가지고 복음 나누기 7단계를 하고, 수녀님의 훈화를 들으시고, 각 단체의 봉사활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사고의 획기적인 전환을 해봅시다. ‘성당에는 기도하러 오는 것이고, 신자들은 복음을 나누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 복음 말씀이 여러분에게 참 생명의 말씀이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우리 주님께서, 주님의 뜻을 찾고 주님의 일을 하고자 하는 여러분의 신앙생활을 어여삐 보시어, 축복해주시고 기쁨과 평화가 넘치게 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여러분에게도 기도와 활동을 통한 주님과의 확고한 체험이 여러분 신앙의 우선적이고 굳건한 바탕이 되기를 빕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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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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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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