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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가슴아파했던 가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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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탁 [hanmari] 쪽지 캡슐

2007-10-21 ㅣ No.7732

저에게 사랑을, 사랑을...
가을 바람에 초리를 가르며, 메마른 땅에
한 아이가 아무런 떨림, 굶주림도 없이
오랫적 사랑을, 한 방울의 사랑을...
더듬어 갑니다.
 
 
저기 싸늘한 하늘 속에
파아란 미소를 지으시던
할머님은 그리움에 사라지고
파란 구름 사이로
하얀 달이 떠 있던 밤
내 어머니, 어머니...
빠알간 흙무덤 위에서
밤새도록 흐르던 두줄기 눈물을...
나는 알고 있어요.
 
 
어머니,
달그림자는 또 자그마한 숨결을 부릅니다.
막 피려는 들꽃,
그 이름 모를 가슴속에
오늘만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옛일을
또 한번 들려주세요.
어머니, 흰 옷댕기 꼭 쥐고가던 시절
토방에 누워 어렴풋이 듣던 얘기랑
들꽃같이 살다가
상큼한 꿈을 꾸고 죽은 얘기랑.
 
 
어머니,
저에게 사랑을, 사랑을...
내가 계절의 내음을 맡을때 마냥
노오란 국화 꽃잎이
하늘을 가리웠는데,
이젠, 벌레먹어
시들어진 내 모습...
 
 
못내 많은 사랑에 목마른 것을 감추오고
당장이라도 치밀려 올듯한 슬픔, 외로움...
나는 저녁 하늘밑, 노을 속으로 달아납니다.
 
 
밤새껏 비바람에 잠 못이루다
할머님은, 할머님은...
솔 숲 스쳐가는 비바람이 되셨지만,
어머니는 저에게
사랑을, 사랑을...
 
 
인생의 고랑깊이
할머님의 주름처럼
이번 가을엔 나도 한가지 얘길랑
고이접어 간직 하렵니다.
 
 
이제, 사랑의 가슴팍을 긁던
메마른 울부짖음,
머언 산을 울리고
한여름밤 쏟아지던 비바람 사이로
아직도 울고있는 그 눈물,
어머니,
저에게 사랑을, 사랑을...
 
 
 
 
 
참고로 이시에서의 어머니는 성모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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