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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hi0409] 쪽지 캡슐

2000-12-05 ㅣ No.2583

 

 

라디오의 다이얼을 조정하는 딸아이한테 문득 아버지가 물었다.

 

"잡음 없는 음악을 들으려면 듣고자 하는 방송국의 주파수에 정확히 맞추어야겠지? "

"그럼요, 아버지."

 

"그럼 네 마음의 소리를 네가 들으려면 어떤 주파수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하니?"

 

대답하지 못하는 딸아이한테 아버지가 말했다.

 

"숨쉬는 것이 때로는 천둥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진솔해야 한다. 진솔의 주파에 맞추면 너의 영상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번에는 딸아이가 물었다.

 

"그러면 아버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면 어떤 주파수에 맞춰야 하지요?"

"그거야 동정의 주파지."

 

아버지가 설명했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사정을 말하면 자기 경험 또한 끼어들려고 안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이 이야기할 때는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딸아이가 다시 물었다.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면 어떤 주파수에 맞춰야 하지요?"

"그거야 겸손이지. 스스로 낮아지고 비워지지 않고서는 그 주파수는 맞춰지지 않는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파수가 열리면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바라는 것만을 잔뜩 늘어놓고선 하느님이 하시는 말씀은 들을생각도 않고 일방적으로 수화기를 딱 내려놓지."

 

아버지의 말은 계속이어졌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한테 모든 주파수를 다 열어놓고

나무 아나운서를 통해

날씨 아나운서를 통해

풀잎 아나운서를 통해

당신의 말씀을 열심히 전하고 있다."

 

딸아이는 먼 하늘을 우러러 두손을 모으고 있었다.

 

                                  

 

                         +++ 정채봉님의 ’바람의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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