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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글]별이 된 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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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nextqueen] 쪽지 캡슐

2000-01-06 ㅣ No.158

별이 된 가시나무

                                                정 채봉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지으셔 놓고 이 세상에 필요한 나무와 풀포기들을 빚으시던 날의 일입니다.

더 아름다운 생명으로 나서기 위해 나무와 풀들의 바람은 컷습니다.

그 중에서도 못생긴 가시나무의 소원은 몸에 지님 가시만큼이나 간절하였습니다.

" 장미처럼 어여쁜 꽃을 얹어 주소서"하고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해가 지자 손을 털고 일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가시나무는 황급히 하느님의 옷자락을 붙들었습니다. " 아버지, 저에게도 뽑낼 수 있는 무엇을 주세요. 이렇게 가시만 가득 달고 세상에 나가서는 미움만 받고 살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조용히 가시나무를 타일렀습니다.  "나에게 지금 너한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후일 네가 마음을 갖기에 따라서 장미꽃보다도 더 거룩하게 될 때가 있을 것이다. "  하느님의 이 말씀을 믿고 가시나무는 세상살이를 시작하였습니다.

나무들 사이에 우두커니 서서 눈총만 받고 사는 나날이었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서서히 나무들과 풀들을 가려서 옮겼습니다. 과실나무와 꽃들은 뜰안으로, 곡식과 채소들은 논밭으로 가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가시나무는 산에서는 밀려내려오고  들에서는 쫒겨나서 비탈진 언덕 같은 곳에서나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했습니다.

많은 날이 흘렀습니다.  할아버지 가시나무가 죽고, 아들 가시나무가 아버지가 되고, 또 아들 가시나묻가 태어나고. . . .

 

그 동안에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이루었습니다. 율법과 장식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고 죄를 돌무더기처럼 쌓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땅위의 동쪽에 있는 한 작은 도시에서 이 세상에 길이 전하여질 일이 벌어졌습니다.

 

땅의 권세에 눈이 어두운 철부지 사람들이, 눈에 하늘빛이 가득한 분을 붙잡아서 죽이고자 한 것입니다,

그날 가시나무는 그 도시의 감옥이  있는 언덕의 비탈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셔서 얼굴이 붉어진 병사 하나가 칼을 들고 나타나서 가시나무를 싹둑 잘랐습니다.  병사가 가시나무로 태를 둥글게 엮어서 그 분의 머리 위에 얹기까지  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아! 미안해요. 이건 제가 마음먹고 있었던 일이 아니니 용서 하세요. 저는 당신의 피를 흘리게 하려는 가시가 아니라 위로의 가시이고 싶었어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부터 언젠가는 거룩히 쓰일 것이라는  하느님의 언약을 믿고 살아온 우리들이예요. 그런데 이렇게 저주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러자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 울지마라, 가시나무야!  너는 이제 진실한 너의 그 마음 하나로 거룩히 되었다. "

 땅의 임자의 황금으로 된 왕관보다도 몇천 배나 높은 하늘 임자의 면류관이 된 것이다. "

 

하늘의  별들이 온통 가시나무에  내려와서  총총총총총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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