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야간 산행 (엠마오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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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1-09-23 ㅣ No.2883

"달이 초승달인 것을 근심하지 않아요.

 

 보다 완전한 달은 어둠 속에 숨어져 있어요..."

 

하늘에 떠 있는 달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봉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밤은 보석이 진열된 보석상의

 

진열대 였습니다.

 

 구기터널 입구에서 4시30분에 시작했습니다.

 

열네명의 전사?들이......(8지구 중곡동 성당 요셉 산악회)

 

 

 끓는 물속에서 수증기가 되어 나오는 소리처럼 건강한

 

사람들의 숨소리는 깊은 가을의 쓸쓸함 따위는 한 치도

 

머무를수 없게 발 걸음 또한 깊고 힘찼습니다.

 

  지는 해는 어찌 그리 붉고 붉은지요.

 

깊은 설음에 울다 울다 거울속에 드러난 핏발 서린 눈동자 였습니다.

 

 난 코스인 쪽두리 봉(수리봉)과 향노봉까지는 타는 해를

 

감상하며 산에 오를 수 있었지요.

 

 그러자니 얼마나 쉼 없는 걸음이었겠습니까..

 

 제 속으로는 한 걸음, 한 탬포만 늦쳐서 걸어주었으면

 

하였지만 단체 속에서 튈 일 있나요....

 

 요셉회장의 자상한 암벽 오르기 교육을 간간히 들으며,

 

행여 내 숨소리가 남의 귀에 들릴까 부끄러워 숨어 몰아 쉰

 

숨이 진정 나는 왜 산에 오를까 하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돌아가기 위한 산행이라 생각했지요.

떠나는게 아니라 머무르는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가기 위한

 

일..........

 

 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기 위한 일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사랑과 이해를 하기 위해서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직한 귀향과 겸손한 인내를 배우려고 산에 오른다고 ...

 

 물 속에 살면서 물고기가 목 말라 한다는 말을 듣고 웃은

 

적이 있는데 나 또한 얼마나 곁에 두고 찾아 헤맨 것이 많은가

 

하는 산에 오면 더불어 생각나지요...

 

 미련이나 아쉬움을 갖지는 말라고 하는건지 순식간에

 

어둠을선사하며 산은 불빛이 없으면 서로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둠이 몰려왔습니다.

 

비봉에서 진흥왕 순수비를 접하고 다시 우린 걸었습니다.

 

김신조일행이 숨어 잤다는 바위 속에서 함께 간 일행이

 

밤 무대 인줄 아는지 우리도 밤세며 놀아도 되것다~ 하는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지요.

 

 바로 위 장군 바위의 아래 너른 장소에 일용할 양식을

 

풀었습니다.

 

 그 동안 내가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무척 적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습니다.

 

 어릴 적 하늘을 바라보며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아 자리

 

 큰 곰자리 ...하며 별을 찾고  그 당시에 유행가가 어디

 

있었습니까?

 

 고작해야 동요 몇곡....

 

 알퐁스도테의 별에서 나오는 목동의 어깨에 살짝 고개를

 

기댄주인 아가씨가 별들이 호휘를 받으며 내 어깨에

 

머물렀다는 낭만의 밤도 이런 밤이였을 꺼라는 .........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에 여기서 하산을 하느냐....

 

아님 한 시간 더 걸어 (7시 20분 이였음) 문수봉을 지나

 

대남문으로 하산을 하느냐 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산이 두명 나머지는 모두 가면 가구 안가면 안 간다..

 

묵언은 포기가 아니라 동의함을 표함이라는 의견으로 다시

 

행군을 했습니다.

 

머리에 단 렌턴, 안경처럼 달린 불. 손 전등.... 서로를

 

비춰가며 웃음이 번졌습니다.

 

어둠은 서로를 돈독하게 해주었고 손은 잡지 않았지만

 

서로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된것 처럼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서도 전혀 무서움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이 잘 안보이는 어둠은 부정적이 아니라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배려를 해줍니다.

 

앞이 안 보이니 어느 정도가 정상인지 가름할 수 없어

 

대낮에는 그리 힘들고 지치게 만든 길이 였건만 그냥

 

무작정 걷게 만들지 뭡니까..

 

 대남문까지 평소 보다 15분 정도의 시간을 단축해서

 

도착했지요.

 

 혼자 걷는 길 보다 여럿이 동행하여 걷는 산길은 한마디로

 

감동이며 생명이였습니다.

 

 하산하는 길이 소슬한 가을 바람 속에 아직 피는 뜨겁고

 

허무감이 잠시 밀려왔지만 제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그

 

허무감을 잠 재우고 또 다른 미래의 약속을 안고 하산길로

 

발을 옮기게 했답니다.

 

 가물어 물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계곡을 지나기도 하고

 

 뒤에서 달걀 귀신이 따라온다, 배낭에 뱀이 붙어 따라

 

온다는둥 아동적인 무서운 이야기도 어릴 적의 향수 같은

 

이야기라 웃음을 동반 했습니다.

 

 중간에 들려준 선배님들의 소시적 산에서의 귀신 체험

 

이야기는 " 전설따라 삼천리..."

 

하지만 정말 산 사람들의 이야기라

 

 실감을 더해 달걀 귀신 이야기 보다 조금 무섭게

 

들렸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해서 포식하고

 

잠을자고 일어났더니만 며칠 전에 죽은 처녀의 무덤가

 

였다는 아주 고전적인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 인데

 

 왜 그냥 민간인

 

이 하는 이야기 보다 산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더

 

리얼한지요.

 

 제가 아마도 편애를 하는 가 봅니다.

 

산 처럼 산 사람들은 정직하고 따뜻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고정되어 있는 탓이라 생각하지요.

 

 9시30분이 되어 다시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차 소리, 네온싸인..... 술 먹은 사람들이 안주로 뭘

 

먹었나

 

 확인 작업하느냐고 전봇대에 토해 놓은 자욱까지...

 

또 다시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일상으로 돌아와 야간산행의 기억을 또 다른 추억의

 

저편 기억으로 저. 장. 하. 게. 되. 는. 군. 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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