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어른이 읽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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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규 [sang1127] 쪽지 캡슐

2000-07-31 ㅣ No.1443

        어른들이 읽는 동화

 

 

우리집은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저 이렇게 네 식구입니다....

어릴때 우리 남매는 많이 싸웠습니다.

전 저보다 키도 훨씬크고 힘도 쌘 누나를 당해낼수가 없었습니다.

싸움이 날때면 항상 두드려 맞은 저는 울음보를 터뜨렸고

누나는 사악한 웃음을 띄우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제 키는 180이 되었고 덩치는 누나들의 2배가 되었습니다.

이제 더이상 누나가 덤벼도 절 이길수 없습니다.

누나는 이제 제 앞에서 알아서 깁니다.

행복합니다 ^__^ 히죽~

저희 아버지는 전쟁영화랑 서부영화를 참 좋아하십니다.

제가 어릴적 아버지는 TV에서 하시는 영화는 거의 빼놓지 않고 보셨죠....

저또한 아버지 옆에 찰싹 붙어 앉아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아버지 옆에 앉아서 영화를 보며 계속 물어 보았습니.

 

" 아빠...저기서 누가 나쁜편이야? "

" 아빠...저기서 누가 좋은편이야? "

" 아빠...저게 어느 나라야? "

" 아빠...어쩌구 저쩌구..... "

 

조잘조잘....저는 당연히 귀찮아야 할 정도로 계속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10번을 물어보든 100번을 물어보든

전혀 귀찮은 표정없이 다정스럽고 사랑스런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아버지와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더이상 영화를 보며 아버지에게 누가 좋은편이고 누가 나쁜편인지

안물어봐도 될정도로 나이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늙으셔서 기억력도 가물가물 해지고 어려운 영화는

내용을 이해 못하시는 아버지가 저에게 계속 물어보십니다.

 

" 운무야!...저 사람이 아까 그사람이냐? "

" 운무야!...저 여자는 누구냐? "

" 운무야!...아까 내용이 어떻게 됐었지? "

" 운무야!...어쩌구 저쩌구.... "

 

저는 그것이 참 싫습니다.....

아버지가 물어보시는게 귀찮아서 싫은게 아니라...

이렇게 늙어버린 아버지 때문에 너무 속상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제가 태어난지 3x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쪼글쪼글한 얼굴로 저에게 바둑 한판만 두자고 조르시는 아버지.

온몸이 쑤시고 아프셔서 제대로 허리도 못피시는 어머니.

나를 정말 정말 슬프게 합니다.

세월이 더 흘러도 나만 어른이 되고

어머니 아버지는 더이상 안늙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런 아들이 될 수 있을까요?

음...

전 이글을 읽고 내가 정말 울아버지나

울어머니를 얼만큼 못 해드리고 있는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하고 어머니께서 이런야그하시고 저런야그하시고 하는걸

좀 귀찮아했거덩요

나도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랐는데 하면서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래도 전 울아버지 울어머니 넘 사랑하고 있답니다.

이거 하나는 확실해요

사랑해요~~ 아버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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