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여유를 찾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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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일 [wonnom] 쪽지 캡슐

2000-08-27 ㅣ No.1453

안녕들 하셨나요... 일주일만에 글을 올리는 군요. 뭐 전에도 글을 자주 올린건 아니지만, 요즘은 회사에매여 여유라는건 눈꼽만큼도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토요일 저녁시간은 천국? 에서의 편안함...? 같은 여유를 조금 찾을 수 가 있어 이렇게 게시판에 글도 올리고, 한주간의 나를 반성? 하는 시간도 같고, 친구들도 만나고... 늘~ 토요일만 같았으면 합니다. ^^ 참! 몇일만에 메일을 확인하니 영숙이의 축하(축일) 메일이 와 있더군요...영숙! 고맙다. 메일보낸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게시판에 까지 글을 남겨주고... 주일날 맞있는거? 사줄게...^^ 그리고, 여러통의 메일중에 또 하나 기억남는 메일... 지난 여름 신부님과 함께 갔던 강원도 내린천(맞나?) 공소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는 선교사님의 일기데요...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이...ㅜ.ㅜ 여러분들도 infomail.co.kr 에 함 가보세요...가셔서 검색엔진에 "산골 공소의 선교사 일기" 라고 입력하시면 바로 나옵니다. 메일 받기를 신청하시면 2~3일에 한통정도 메일이 오는데 넘 좋은 얘기들이 많아서...꼭! 한편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읽는다고나 할까? 암튼 꼭 한번 가보시길 바라고...제 얘기는 여기까집니다. 주저리 주저리 뭔 얘기를 했는지 잘 모르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밑에다 최근(25일)에 발송된 일기를 복사해 놓았으니 시간이 허락하시면 함 읽어보세요...^^ 그럼! 일주일 만에 여유를 찾은 용일이였습니다. "산골 공소의 선교사 일기" 제 85 호 / 2000. 8. 25 (금) / 비 온 뒤 갬 ---------------------------------------------------------------------- 이 매거진은 강원도 산골의 천주교 공소에서 일하는 평신도 선교사의 이야기입니다. +++++++++++++++++++++++++++++++++++++++++++++++++++++++++++++ * * * 비오는 날의 사랑 고백 ●…하루종일 가랑비가 흩날렸다. 계곡은 운무에 덮여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나무들은 저마다 샤워를 방금 마친 새색시처럼 촉촉히 물기 머금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비가 오락 가락하는 날에는 컴컴한 안방에 따뜻하게 군불을 지피고 부침개 부쳐먹는 날이라고 했던가? 비옷을 아래 위로 챙겨 입고 장화로 무장을 한 채 뒷산의 밭에 올라갔다. 초 여름에 줄줄이 쓰러져 애를 태우게 했던 옥수수들이 제법 수염난 아기들을 몇씩 엎고, 안고 서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래도 병이 깊었던 녀석들은 지금도 누워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쓰러진 채로 옥수수가 열린 모습이 아기를 안고 숨진 모정의 빛바랜 6.25사진을 보는 것 같다. 옥수수를 땄다. 입도 몸도 굽굽한 비오는 날에는 이 일이 적당할 것 같았다. 옥수수 삶을 때 필수품(?)인 '뉴슈가'도 이미 상남슈퍼에서 여러봉지 사다 놓았다. 여문 옥수수를 구별하는 법을 배우긴 했건만 내 눈에는 비에 젖은 옥수수의 수염들이 모두 까무잡잡하게 말라보였다. 되는대로 몇 개 땄다. 제법 팔뚝만해 보이던 녀석들이 껍질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고 보니 '애개개?' 손바닥만해졌다. 모두 그랬다. 그렇지만 불만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 아닌가? 김 한번 제대로 맸나, 비료 한번 제때에 주었나. 그나마 비료를 잘못 줘 쓰러뜨리기나 하고. 손바닥만하긴 하지만 아주 앙팡지게 알갱이가 들어찬 것이 고마웠다. 들통에 물을 넣고 옥수수를 안쳤다. 뉴슈가를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루에 들어오니 핸드폰이 깜빡 거리고 있었다. 지난 봄에 양짓말에 016 안테나가 서더니 한 굽이 넘어 이 외딴 집까지도 노인네 말초신경처럼 오다 말다 한다. 음성메시지가 두 개나 들어와 있었다. "선생님, 어디 계세요?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에요. (요란한 음악) 들리지요? (다시 음악) 근데 언제 들어오세요? 이따가 들어오시면 꼭 전화 주세요. 보고싶어요." 좀 어려보이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잘못 걸려온 전화임에 틀림없었다. 아마 십대들이 자기 친구에게 건 전화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다음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선생님, 저 수흰데요. 요즘 왜 얼굴이 안 보이세요? 성당에도 안나오시고. (사이) 음악 들리지요? (노랫소리)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에요. 근데 제목은 몰라요. 선생님, 언제 들어오세요? 빨리 들어오세요. 보고싶어요. 저녁때 전화 주세요. 꼬-옥" 똑같은 목소리였다. '이녀석이.' 수희는 지난번에 첫영성체 교리를 가르친 하남초등학교 4학년 아이이다. 성모승천 대축일날 첫영성체를 하고 외가댁에 간다고 좋아하는 아이를 마지막으로 보았었다. 나는 교리 끝났다고 홀가분해 했었는데, 더구나 본당 관할구역이라 일부러 찾아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수희는 나름대로 나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하긴 한 보름간 매일 저녁 친구처럼 노래하고, 떠들고,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가서 물장구치고, 파도타기도 하고 함께 놀았으니 정도 들었던 모양이다. 입가에는 미소가, 눈가에는 이슬방울이 맺혔다. 마치 마음에 두고있던 사람에게서 귀한 사랑의 고백을 받은 것처럼. 내리던 빗방울이 하나 창가에 다가와 영롱하게 부서진다. 전혀 생면부지의 관계에서 사랑의 고백을 받기까지 내가 한 일은 아주 조그마한 일이다. 그저 옆에 함께 있었을뿐. 비에 젖은 유리창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 본다. "나도 보고싶단다, 수희야!" <83-끝> +++++++++++++++++++++++++++++++++++++++++++++++++++++++++++++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2리 천주교 상남공소 252-850 / 선교사 최요 안 / jachoi@catholic.or.kr / 033-463-8372, 016-214-8372 / 게시판-http://www.infomail.co.kr/cgi-bin/im_bbs? author_idx=18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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