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아침이슬 김민기 "전인권을 살려야 한다"

인쇄

조현동 [nuri] 쪽지 캡슐

1999-07-30 ㅣ No.1998

    

  '아침이슬' 김민기 "들국화 전인권이 좀 살려주세요"

 

  "전인권이 또 그랬대? 제 버릇 남주나... 쯧쯧"

  

 

  인기그룹 '들국화'의 리드보컬 전인권이 상습 히로뽕 흡입자로 검찰에 찍히고

  언론에 찍히고 팬들에 찍힌 건 지난5월.

 

 

  수원지검 강력부 문재근검사는 26일 히로뽕을 상습 흡입한 혐의(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위반)로 유명 보컬그룹 `들국화'의 리더 전인권(44.서울

  종로구 삼청동)씨와 전씨의 전 매니저 하창덕(43.서울 도봉구 창1동)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3월 중순 경기도 성남시 모단란주점에서

  마약중간공급책으로부터 히로뽕 0.75g을 20만원에 구입한 뒤 지난 4월

  중순 부천시 S병원에 입원중이던 하씨와 함께 0.08g을 흡입하는 등 2차례에

  걸쳐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였다.

 

 

  전씨는 지난 87년 12월 히로뽕을 상습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92년과

  97년대마초와 히로뽕 흡입으로 각각 구속됐으며 지난 97년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집행유예기간 중이었다.

 

 

  지난 7월14일 오후.법무법인 '정현'의 엄상익변호사는‘아침이슬’을

  작사·작곡한 김민기씨로부터 한장의 편지를 받았다.

 

 

 “흔히 대중음악인을 ‘딴따라’라고 불러 폄하하지만 저는 전인권씨를 감히

  예술가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그 까닭은 그의 음악 속에는 분명

  여느 상업적인 대중가요와는 다른 ‘인간과 자연에 대한 한없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예술가의 모습에서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특히한 일탈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저는 예술가들의 모든 일탈을 두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전인권씨의 경우 분명히 부정적인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중략)

  전인권씨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그를 너무 아끼는 선배인 바로 저의

  죄입니다.저 자신 한없이 보잘것 없는 사람입니다만 전인권과 같은

  실수투성이 후배를 도와 세상에 무언가 밀린 빚을 갚고 싶습니다.

 

 

  퇴폐와 장삿속에 미쳐 돌아가고 있는 이 땅의 대중음악판에 전인권은 정말

  없어서는 안될 사람입니다.그가 세상에 진 빚을, 보다 높게 승화된 그의

  음악을 통해 세상에 되갚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999.7.13.전인권의 못난 선배 김민기 올림”

 

 

 

 

 엄변호사는 최근 국민일보의 한 칼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법적사실은 그 초점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그는 ‘히로뽕을 복용한 가수’였다.그러나 그 과정을 들으면 돌을 던질

  수만은 없었다."

 

 

  김민기로부터 편지를 받은 다음날 엄상익변호사는 수원구치소를 찾아가

  전씨를 만났다.거기서 엄변호사는 전인권으로부터 그의 '불행한 친구'

  이야기를 듣게 된다.

 

 

  버거시병으로 양다리와 손가락을 절단하고 나머지 부위마저 썩어가는

  음악인이었다.진통제와 모르핀,그리고 히로뽕으로 얼마남지 않은 생명을

  이어가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엄상익 변호사가 예전에 만난 일이 있었다. 엄변호사는 당시를

  이렇게 말한다.

 

 

  며칠 전 만난 김덕창씨(가명)는 보기드문 미남이었다.( 엄변호사는 본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가명을 썼지만 이미 이 사람은 앞서 전인권이 구속될때

  같이 구속되면서 이름이 밝혀졌다.) 검은 눈빛에서 촉촉한 호소력과 강한

  의지가 동시에 느껴졌다.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음대 기악과 출신으로

  음악을 생명같이 사랑한 신들린 베이스기타 연주자였다.

 

 

  그가 인기 한창이던 스물다섯살 때였다.생손을 앓듯이 손가락 끝이

  곪았다.약방에서 고약을 사다 붙였지만 효력이 없었다.오히려 손바닥을

  향해 점점 더 썩어 들어갔다.예민한 손놀림이 직업상 중요하던 그에게는

  엄청난 타격이었다.한참 후 병명이 밝혀졌다.피가 모세혈관까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해서 손과 발이 서서히 썩어 들어간다는 버거시병이었다.

  

 

  병은 유유히 그의 몸과 영혼을 농락하기 시작했다.빠르지도 않게 느리지도

  않게 5년을 주기로 병은 그에게서 팔과 다리 하나씩을 가져갔다.이병에 걸린

  환자의 85%가 고통 때문에 자살을 한다는 보고서도 나와있다.

 

 

  두 다리를 잘라냈을 때 그는 서른한살의 나이였다.손가락도 하나씩 하나씩

  잘려나가게 되자 기타에서 키보드로 바꾸었다.그것마저 불가능하게 됐을 때

  그는 병원침대에서 작곡을 했고 그를 찾아온 록그룹 들국화의 가수 전인권

  에게 음악이론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그게 생활의 유일한 기쁨이었다.그는

  들국화에게 `늦지 않았습니다' `다시 시작해'라는 곡을 주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그는 독한 마음을 먹고 아내를 보냈다.그리고 휠체어

  하나만 가지고 가족을 떠났다.낯선 지방에 가서 연주했다.의족에 의지해서

  남은 손가락으로 영혼을 불태웠다.보다못한 어떤 사람이 그에게 히로뽕을

  가져다 주었다.

 

 

  효과가 있었다.병원에 자주 가서 맞아야하는 모르핀은 한시간이면 효력이

  떨어졌지만 히로뽕은 15시간 동안이나 아프지 않았다.주사값에다 30만원만

  더 보태면 보름치가 되는 히로뽕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히로뽕 복용혐의로 구속됐다.구치소에서 만난 그는 어깨

  위로 인공혈관을 걸치고 있었다.주기적으로 한차례씩 피를 걸러줘야 생명이

  유지되는 상태였다.

 

 

  “예리한 칼날로 온몸을 얇게 써는 것 같이 아파요”

 

 

  그가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암보다 더한 고통이 온다는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주변의 얘기로는 남은 시간이 얼마 안된다고 했다.남들은 최고의

  위로를 받으며 기다리는 죽음의 시간을 그는 철창 속에서 새우잠을 자며

  견디고 있었다.구약에 나오는 욥보다 더한 불행이었다.

 

 

 “인생에 후회가 많지요?”

 

 

  내가 물었다.그가 씩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아무 후회없어요.예쁜 여자도 아내로 가져 봤구요,또 돈도 가져

  봤어요.내 아내가 누군지 아세요?”

 

 

  순간 그의 얼굴에 자랑스러워하는 빛이 스쳤다.

 

 

  “지금 보고 싶지 않아요?”

 

 

  내가 물었다.

 

 

 “제가 일부러 쫓아버렸어요.참 좋은 여자였지요.다리가 없어진 저를

  화장실에 데려가 닦아주기도 했어요”

 

 

  그는 이미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엔 힘들었죠.그렇지만 모든 걸 받아들이니까 편해요.발버둥쳐야

  무슨 소용입니까? 어차피 죽는건데.저는 말이죠 팔다리가 없어져도 다른

  사람에게 소용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어요”

 

 

  꿈에서 깨어나야 꿈이라는 것을 안다.강물의 흐름에서 벗어나야 흐름을

  본다.죽음을 본 그는 진짜 삶을 알고 있었다.나의 무료변호를 거부한

  그는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철창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가족들의

  연락이 아쉽다.

 

 

  엄변호사에 따르면 전인권은 ‘절대고독’ 속에 있는 그 친구의 수술비를

  전부 대고 밤새워 간호했다고 한다.그보다 더 큰 사랑과 우정이 있을까.

  어느날 친구는 드링크제 한병을 병실에서 전인권에게 권했다.멋모르고

  받아마시던 그는 아무소리 하지않고 조용히 버렸다.그 속엔 히로뽕이

  들어있었다.그런 일은 또 한차례 있었다.

 

 

  “왜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습니까?”

 

 

  엄변호사가 전씨에게 물었다.

 

 

  “단호하게 거절하기는 어려웠어요.이럴 땐 뭐라고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그는 그냥 울었다.그러나 이미 그는 온몸으로 그 까닭을 알려주었다.

  정에 끌려 그냥 자신을 내던지는 행위.예술인들이 순간적인 사랑에 가슴을

  열고 자신의 온몸을 불사르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그렇다면 ‘절대불행’ 속에 있던 그 친구는 자기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하고 싶었을까.대신 아파줄 수 없어 괴로워하는 친구에게

  자기 불행 나눠주기,그런 건 아니었을까.그것은 또다른 사랑의 왜곡된

  표현은 아니었을까 하고 엄변호사는  생각한다.

 

 

  히로뽕판매책은 체포되자 단번에 유명인 전인권을 제보했다.수사기관이나

  언론의 입맛에 딱맞는 희생양이었는지도 모른다.그에게 무지막지한 돌팔매가

  날아들었다.

 

 

  “주위에서는 저보고 인감증명하나 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정말

  지금까지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사실대로 말하면 그 친구만

  곤란하게 되니까 잘못했다고 재판장님께 해주세요…”

 

 

  엄변호사는 "그는 자신보다 감옥 안에서 죽어가는 친구를 더 걱정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렸다.마음이 너무 열려있으므로

  그는 고통을 받는 사람이었다.김민기씨의 말이 맞았다."며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3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