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 위에서 잠든 아이'

인쇄

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0-07-01 ㅣ No.1652

마우스를 쥐고 클릭하던 곳, 고려시대 문제풀이

 

매일밤 새벽 2시가 돼야 들어 오는 아이.

귀 또한 쉬게할 수 없다고 비발디,하이든, 그리그, 멘델스죤을... 듣는다.

피자를 시켜 놓고 공부하다 자판위에서 쓰러져 잠든 아이.

그래도 부족하다고 나에게 울고 불고 짜증내고

그래 누가 네 짜증 받아 주겠니?

 

밥먹기 싫어 몰래 아침마다 도망가는 아이, 김밥을 말아 딸의 안색 살피며

입에 하나 넣어 주고  그러다 나도 지쳐 오늘 아이에게 폭발.

울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

 

시험 감독을 위해 3일 후면 또 아이의 학교에 간다. 시험지를 받아 놓고 이내

엎드리는 아이들, 처음엔 밤 새워서 졸려 그런가 보다 하고 애써 깨워보았다.

알고보니 자포자기.  그것도 한 반에 5명이 넘게.

 

이 안타까운 교육 현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이 현실에 손을 들고 있다.

 

삶의 부피에만 치중하느라 삶의 질을 까맣게 잊고 사는 우리들.

본질과 수단이 바뀌게 되면 삶 자체가 허우적 거리게 되는 법.

 

 자판위에서 쓰러져 잠든 아이의 등을 보면서 측은해 깨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피자는 왜 이렇게 안 올까? 전화해 보니 상계동 1002동을 102동으로

알았다나! 별 것이 다 나를 속상하게 한다.

 

덕분에 나의 소중한 딸 "소담" 은 더 잘 수 있었다.

 

                  10구역 조 자네트 올립니다.



4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