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RE: 920] 생각하는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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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키도 자그마했고 다른 나무의 틈에 끼
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때가 적었습니다. 대신 다른 나무에서 사는 벌
레나 기생충이 항상 그의 머리위로 떨어졌고, 힘없이 괴롭힘을 당해야 했습니
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습니다. ' 하늘을 볼 수 없는 내가 밉다. 하지만 하늘
을 볼 수 없게 막는 이들은 나보다 더 미운걸. 벌레도 떨어뜨리고 맨날 나
만 칙칙하게 만들고. 정말 세상이 밉다. ' 그래서 그때부터 자그마한 나무
는 하늘을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지나자 이 자그마한 나무는 드디어 하늘
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크기로 자라났습니다. 나무는,' 이제 나도 하늘을
볼 수 있다. 후후. 그동안에 못 받은 것 다 받아야겠다. ' 나무는 가지를 이리
저리 뻗쳤습니다. 드디어 이 생각하는 나무는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생각하는 나무는 아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리고 놀랐습니다. 옛날의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나무가 자기를 원망하고, 또한
하늘을 원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어린 나무이었을 시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일에 대하여 조
금 더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이 시절입니다. 어려운 일들. 비합
리적인 일들이 닥쳤을때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바로 이
때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하늘을 원망하지 마세요. 시행착오속에 삶이 풍요로워
진답니다... 그리고 나중에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이 되면 옛날을 기억하여 보다
좋은 쪽으로 끌고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겠죠? ^^ . '그냥 기쁘게 살아라' 하는
추상적인 말은 아무래도 미움이없고 약한자가 인정받는 우리가 꿈꾸는 세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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