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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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국 [petertel] 쪽지 캡슐

2001-05-29 ㅣ No.970

고무신

 

일전 지하에 있는 짐들을 정리하다가

흰 고무신을 하나 찾았다.

꽤나 오래 전에 산 때문인지 언제 산것인지?  모르겠는데

꺼내 놓고 보니 삭지도 않고 제법 신을 만 하다.

 

주일 맞아 놀러온,

옆집 육 학년 태풍이 에게 물어보니 "고무신"이라고 대답은 한다.

보았었냐고 되묻는 내게 TV에선 봤다고 한다.

이곳에선 이젠 보기 힘든 고무신이다.

 

꺼내 놓고 신어보니 땅과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고

골목 길바닥 작은 변화도 발바닥을 통해서

세밀히도 전해져 온다.

 오늘 내가 신고 다니는 가죽신의 두터운 바닥 창으로 인해

땅과의 교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어제는 모든 것이 환경친화 적이었고

자연과 일체였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는 또 나대로, 두텁고 두터운 울타리로

이웃과 자연과 격리된 건 아닌지?

 

작은 돌맹이 밟히는 촉감과 골목 바닥의 미세한 변화를

발자국 옮길 적마다 느껴본다.

오네시모 형이나 동네 분들의 눈길이 멎으며

오랜만에 본 고무신에 신기해(?)하는 것을 보니

내가 고무신 신은 맛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님이 분명하다.

 

새 신을 신으면 길이 나기 전엔 물집이 생기는 것을 알 런지?

물에서 놀다가 힘이 들어 쉴 때면

뙤약볕에  달아오른 차돌을 귀에 대고 귓가의 물을 받아, 털어 내고

 

개울가 모래톱에 고무신 신작로 길을 내고

고무신을 반으로 접어 자동차라 부르며

미끈하고 멋있는 신작로(?)로 변한

작은 모랫길, 그 길을 친구와 둘이 오가며

미루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서도록

집에 들어가는 것도 잊은 채

탁사장 개울가에서

자동차 놀이를 하던 어릴 적이 생각난다.

뒤축 뒤집어 반으로 접은 고무신 자동차!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고 두껍고, 두꺼운 창댄 것들을 쓰면서

점점 자연과 유리되어 가는 것은?

자연을 느끼지 못하고 느낌을 잃어버리는 것

쉽게도 잊는 것이 어디 고무신 정도이랴.

 

조 베드로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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