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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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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 [ysland] 쪽지 캡슐

2001-01-31 ㅣ No.512

01-30 16:22  조회: 32  답장  

지난해 성탄절이 가까워질 무렵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성탄절을 한 삼 사일 앞두고 있던 조용한 밤입니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안방에 있던 저는 거실에 있는 마누라가 받겠거니 미루고 있다가 인내심이 부족한 제가 먼저 받았습니다. 참고로 우리집 거실과 안방에 각각 전화기와 테레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누라가 보던 테레비가 더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알렉시오 형제님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사실 알렉시오라는 세례명은 정말 15여년만에 들어봤습니다.

"신천성당 ***구역반장입니다."

-아, 그러세요. 안녕하세요.

"성당은 다니고 계시지요"

-예~(쥐꼬리만한 소리로)

"이번에는 판공성사 보세야지요. 판공성사표는 받으셨지요"

-예. 근데 여름에 이사를 해서~

"아직 성당 이적은 하지 않았지요"

-예.

"그럼 신천성당으로 나오셔서 판공성사하세요."

대답을 머뭇거리자.

"저는 알렉시오 형제님을 위해 1년동안 매일 기도했습니다. 그만 냉담하시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길 매일 기도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판공성사 보시고 냉담을 푸시지요."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해, 길잃은 형제를 위해 1년동안 기도를 해 주셨다니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그러겠노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엇습니다. 그러고 보면 성당문턱을 넘어본지도 까마득하고 기도를 해본지도 아득하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본의아니게 남에게 까지 마음의 피해를 줬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1년동안 낯모르는 저를 위해 기도해준 그분의 정성과 달리 저는 이번 성탄절에도 여전히 회개를 하지 않고 어디선가 놀았습니다. 제가 왜 이글을쓰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냉담하고 있는 졸톨릭 여러분 이번 부활절에는 저처럼 길잃은 어린양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곳에 오랜만에 방문하다보니 그때 일이 문뜩 떠올라 한글 올렸습니다.  01-30 16:22  조회: 32  답장  

지난해 성탄절이 가까워질 무렵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성탄절을 한 삼 사일 앞두고 있던 조용한 밤입니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안방에 있던 저는 거실에 있는 마누라가 받겠거니 미루고 있다가 인내심이 부족한 제가 먼저 받았습니다. 참고로 우리집 거실과 안방에 각각 전화기와 테레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누라가 보던 테레비가 더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알렉시오 형제님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사실 알렉시오라는 세례명은 정말 15여년만에 들어봤습니다.

"신천성당 ***구역반장입니다."

-아, 그러세요. 안녕하세요.

"성당은 다니고 계시지요"

-예~(쥐꼬리만한 소리로)

"이번에는 판공성사 보세야지요. 판공성사표는 받으셨지요"

-예. 근데 여름에 이사를 해서~

"아직 성당 이적은 하지 않았지요"

-예.

"그럼 신천성당으로 나오셔서 판공성사하세요."

대답을 머뭇거리자.

"저는 알렉시오 형제님을 위해 1년동안 매일 기도했습니다. 그만 냉담하시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길 매일 기도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판공성사 보시고 냉담을 푸시지요."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해, 길잃은 형제를 위해 1년동안 기도를 해 주셨다니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그러겠노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엇습니다. 그러고 보면 성당문턱을 넘어본지도 까마득하고 기도를 해본지도 아득하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본의아니게 남에게 까지 마음의 피해를 줬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1년동안 낯모르는 저를 위해 기도해준 그분의 정성과 달리 저는 이번 성탄절에도 여전히 회개를 하지 않고 어디선가 놀았습니다. 제가 왜 이글을쓰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냉담하고 있는 졸톨릭 여러분 이번 부활절에는 저처럼 길잃은 어린양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곳에 오랜만에 방문하다보니 그때 일이 문뜩 떠올라 한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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