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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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voice] 쪽지 캡슐

2000-02-16 ㅣ No.1120

 

하늘이 새를 가지듯이

사랑을 하면 서로가 창공을 나는 새가 된다.

조롱 속에 갇혔다가 창공에 풀어진 새처럼 서로를 풀어 줘야 한다.

그가 나를 안 만났다면 불가능했을 꼭 그 만큼은 풀려야 하고,

내가 또한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림도 없었을 그만큼은 풀려야 한다.

누군가 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살아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눌려 있던 것, 갇혀 있던 것, 잠겨 있던 그 모든 것들이

일시에 부풀리고 터져 오르는 순간에 사랑은 비롯된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새처럼 풀리고,

또한 그 누군가도 새처럼 풀어지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여름 새벽의 호수처럼 넓고, 삽상해야 한다.

사랑에 전혀 소유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의 소유는 늘 개방과 더불어야 한다.

그가 나를 만나서 그 만남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할 싶도록.

밋밋하게 그리고 푸르게 삶의 자유를 누리게 할 때 느끼는 충족감,

그대 느끼는 마음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은

저 사람을 내가 소유했다고 실감한다.

사랑하는 이들은 그들의 사랑이 호수인가를 보아야 한다.

상대가 내 사랑의 호수에서 비로소

생생하게 활개 치며 헤엄치는 물고기인가를 물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의 사랑을 호수 삼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물고기인가도 물어 보아야 한다.

사랑의 소유에는 이 부유감이 따라야 한다.

사랑의 소유는 움켜잡지 않는다.

그 소유는 상대가 내 속에서 덧없이

그 스스로를 알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주 특이한 소유다.

바다가 그 속의 물고기를 지니듯이 사랑은 상대를 소유한다.

하늘이 새를 가지듯이 꼭 그렇게 사랑은 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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