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1357번 읽고, 근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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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일 [yifelix] 쪽지 캡슐

2000-08-12 ㅣ No.1394

안녕하세요?  이용일 펠릭스입니다.

 

하는 것도 없이 바빠서, 게시판에 글도 올리지 못하는군요...  각성하고 있구요, 앞으로는 짬을 내서 자주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사 중에 장기영 바오로라고 있는데요, 걔는 가입한 지는 오래 되었는데, 글을 한 번도 안 올리네요...  글 좀 올리시지 그래, 장 선생!

 

8월 4일에 예비신학생 현장체험을 했었습니다.  성북구에 있는 성가복지병원에서 했는데요, 밑의 글은 예비신학교에 제출할 현장체험 보고서입니다.  이런 것도 ’근황’에 해당된다고 생각해서요...  재미없고, 다듬지도 못한 글이지만 올리겠습니다.


’보고서’

천주교행당동교회

이용일 펠릭스

 

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예비신학생이라서 송 엘리사벳 수녀님의 말씀을 따라 하루만 현장체험을 하였습니다.  송 엘리사벳 수녀님께서 지정하셨던 장소 세 군데는 모두 제가 모르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위치가 먼 음성 꽃동네는 제외하고, 요셉의원과 성가복지병원 중 한 곳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디에서 체험을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 웹 서핑을 통해서 두 곳의 위치를 찾아 보게 되었고, 성가복지병원이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봉사 활동을 했던 성북 우체국과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치를 모르는 요셉의원보다는 성가복지병원이 나을 것 같아 성가복지병원에서 현장 체험을 하기로 결심하고, 김 마리타 수녀님께 전화를 걸어 8월 4일 9시 30분까지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려 시간이 많이 걸릴까봐 일찍 집에서 나왔습니다.  덕분에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근처였기 때문에 그 곳 지리는 잘 알고 있었는데, 이런 병원이 있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병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알콜 병동이 있는 병원이라 그런지 몇몇 아저씨들께는 진한 술냄새가 나기도 했고, 대기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끔 병원 직원 같은 분들도 지나 다녔고, 수녀님들도 많이 왕래하셨습니다.  이렇게 약 30여 분 동안 지나다니던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10시부터 1층 성당에서 봉사자 기도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참석했습니다.  그 날 복음을 소리내어 읽고, 수녀님께서 강론을 해 주시는 기도 모임이었습니다.  마태오 복음 13장 54절에서 58절까지의 말씀이었는데, 예언자는 제 고향과 제 집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녀님께서는 선입관을 버리라는 내용의 강론을 하셨습니다.  수녀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저는 한 가지 찔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병원이 행려자, 극빈자, 생활보호대상자 무료병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저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선입관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녀님의 강론을 듣고 난 후, 그런 선입관을 버리고 현장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은 거의 저희 어머니 또래의 여성 분들이셨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를 하시는데, 이 여성 분들을 보며 ’어머니도 이렇게 봉사를 하시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러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도 계셔서, 젊은 나이에 이런 봉사라고는 처음 해 보는 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도 모임이 끝나고 저는 김 마리타 수녀님을 따라 5층에 올라갔습니다.  5층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계시는 일반 병동이었습니다.  김 마리타 수녀님께서는 뚱뚱하신 수녀님께 저를 소개시켜 주셨고, 뚱뚱한 수녀님께서는 다시 봉사자 남자 한 분과, 저보다 먼저 현장체험을 시작하신 다른 예비신학생 한 분을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남자 봉사자 탈의실에서 수술복 같은 옷으로 갈아 입고 본격적으로 현장체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남자 봉사자 분과 예비신학생께 5층에 계시는 환자 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1시 30분이 되자 병원은 바빠졌습니다.  12시부터 식사 시간이라 30분 미리 환자 분들을 일으켜 드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환자 중 태반이 몸을 가누기 힘드신 분들이라서 일으키는 것도 아주 힘들었습니다.  12시가 되어 환자 분들은 식사를 하게 되었고, 저희 봉사자들은 시중을 들게 되었습니다.  김치나 시금치 같은 반찬은 가위로 잘게 잘라 드려야 했고, 손수 식사를 못하시는 분들께는 한 숟갈 씩 떠 넣어 드려야 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봉사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은 익숙하게 모든 일을 척척 했지만, 저는 모든 일이 서툴렀습니다.  정신없이 점심 시간은 지나가고, 이제 양치질을 해 드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 이를 닦아 본 경험이 없던 저는 양치질을 해 드리면서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치아가 두 개 밖에 없는 할머니의 양치질도 해 드려야 했고, 틀니를 하신 분은 틀니도 닦아 드렸습니다.  봉사자들은 환자 분들이 식사를 하신 후, 지하 1층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병원 음식이라 그런지 싱거운 듯 했지만, 맛있게 먹고 다시 5층으로 올라 왔습니다.

 

1시 30분쯤 되니까 예비신학생 분께서 체위 변경을 하는 데 좀 도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체위 변경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그것은 노인 분들께서 너무 같은 자세로 누워 계시면 등에 욕창이 생겨서 자세를 바꿔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이불을 걷고, 소변통의 위치를 반대쪽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환자를 들어서 흐트러진 기저귀를 반듯하게 펴고, 환자의 자세를 바꿔 줍니다.  다음으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이사이에 베개를 넣어 환자 분을 고정시켜 줍니다.  체위 변경을 한 후 남자 봉사자 분과 예비신학생 분은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셨습니다.  그 분들께서는 7시 30분부터 봉사를 하셔서 2시 조금 넘은 시간에 가신 것입니다.  뚱뚱한 수녀님께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낮잠을 많이 주무셔서 밤에 잠을 못 주무신다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 분들 발도 주물러 드리고, 말동무도 되어 드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시가 되었고, 다시 한 번 체위 변경을 해 드렸습니다.  체위 변경은 약 1시간 30분 마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경험이 생겨서인지 힘 안들이고 할 수 있었습니다.  4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가 5시이기 때문에, 점심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 분들을 일으켜 드렸습니다.  두 분께서 먼저 가셔서 더 힘들기는 했지만, 요령이 생겨서인지 쉽게 일으켜 드릴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 시간에도 좀더 익숙한 솜씨로 환자 분들의 반찬을 잘게 잘라 드렸습니다.  저녁 식사까지 정리를 하니, 제가 갈 시각인 6시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서 환자 분과 봉사자 분, 간호사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귀가했습니다.

 

현장 체험을 하고 느낀 점은, 그 병원에 계신 분들이 진정한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러한 마음을 가진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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