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연중 5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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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mathias] 쪽지 캡슐

2004-02-12 ㅣ No.2876

연중 5주간 목요일

마르코 7,24-30

낮춤

 

+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상의 예수님은 너무하다 못해 짓궂기까지 합니다. 마치 가진 자의 횡포처럼. 나약한 어머니의 마음을 산산히 부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딸을 구해야 하는 어머니와 딸을 구할 힘을 가지고 계시는 예수님. 우리들이 알고 있는 예수님이라면 절대 오늘처럼 그런 짓궂은 행동을 안 하실 분일텐데 왜 굳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우리는 이 대목에서 조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절대 허튼 말씀을 하지 않으시라는 것을 우리가 먼저 믿고 들어간다면 오늘 예수님의 그 비아냥거리는 듯한 바로 그 말씀에도 분명 당신의 의도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만약 우리가 딸을 구하러 왔던 여인처럼 이렇게 개 취급을 받았다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요? 두 가지 반응일 것입니다.

 

첫 번째는 대부분 화를 내고 그 앞을 나와 버렸거나 두 번째는 내 자신을 완전히 낮추어 참으로 진실히 요청하는 것입니다.

 

내 자신을 낮춘다는 것. 겸손이라는 라틴어 단어 humilitas는 흙이라는 단어 humus에서 왔다고 합니다. 겸손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자세. 흙과 같은 자세.

 

주님께서는 바로 우리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주님과 우리가 만나는 자리는 그분의 능력이 드러나시는 자리는 바로 그런 내 자신을 낮추는 모습 안에서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그 낮추임은 강요된 낮추임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전능하신 하느님 앞에서 낮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드러나시도록.

 

하느님 앞에서 한 없이 낮아지려 했던 그 여인의 낮추임과 딸만 구할 수 있다면 개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사랑. 바로 그 겸손과 바로 그 사랑이 기적이 힘이었습니다. 오늘 하루 이 겸손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하루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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