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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와 을씨년스러웠던 날 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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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린 [dlchang] 쪽지 캡슐

2013-06-21 ㅣ No.7684





 얼마 서울 한복판 충정역 지하철역에서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충정 역은 서울역에서 가까운 관계로 노숙자들이 항상 기거를 하곤 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퇴근 시간 무렵이었습니다.

 전철 개찰구를 나오면서 노숙자 중에 나이든 여자 노숙자가 차가운 비닐에 싸인 무언가

뒤적이며 먹고 있었습니다. 걸으면서 힐긋 보니 비닐봉지 속에 버려진 과일 껍질이었

습니다.

 못 볼 것을 보았을 때처럼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면서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 갔습니다. 연민의 감정과 자존심이 충돌을 하면서 나는 지금 바쁜 상황이라 자위하면서 나는 이미 그녀로부터 멀리 떠나와 있었습니다.

합창연습을 하는 두 시간 남짓 동안 …….오천 원만 도와주고 왔더라면 하는 뒤 늦은 후회로 영 마음이 편하지 못하였습니다.

연습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 그녀를 위한 저녁식사 비용을 적선을 하리라 마음을 먹고 역사에 도착하였을 때 그녀는 이미 떠나버리고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그녀와는 또다른 모습의 남자노숙자가 전철안에서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이십여년 전만해도 전철 안에서 구걸을하는 걸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당시의 많은 승객들은 그들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전철안에서 구걸을 하는 것이 단속에의해 금지되었을 뿐아니라, 적선을 하는 사람까지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풍토가 형성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체면을 이미 잃어버린 노숙인은 악취나는 의복을 입고 자선을 부탁한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으나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어제 차거운 바닥에서 음식을 먹던 여자노숙인에대한 마음의 빚을 그에게 대신 갚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제대로 걷기힘든 다리를 끌며 다음 열차로 옮겨 갔을 때, 그를 쫓아 다음칸으로 건너가 그의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 주었습니다.

순간 그의 눈에 생기가 도는가 싶더니 큰 소리로 “아이고 선생님! 고맙습니다”를 연발

하였을 때 전철 내부의 승객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내 게로 쏠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해서는 안될 일을 하다가 CCTV에 들킨 범죄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거운 시선을 뒤로 한체 얼른 내가 앉아있었던 전철 칸으로 다시 돌아와 앉았습니다.

노숙자가 고맙다고 외친 절규속에 느낄 수 있었던 가드다란 떨림의 목소리에서, 내가

쥐어준 작은돈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그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대한

큰 감동의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찌되었든, 나는 그 전날 차거운 바닥에서 버려진 음식물을 먹던 여자 노숙인에게 지은

마음의 빚을 오래담아두지 않고 바로 갚을 수 있어, 그 날은 내 인생에 있어 그다지 흔하지 않은 기분좋은 날로 기록되어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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