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한가위 루카 12,15-21; ’22/09/10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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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8-24 ㅣ No.5139

한가위 루카 12,15-21; ’22/09/10 토요일

 

 

 

 

 

 

 


 

30여년 전에, 아마도 명절 근처의 어느 날 본당의 성모회장님이 한복과 두루마기를 맞춰서 가져오셨습니다. 그때 저는 그저 초짜 신부로서 검소하고 겸손하게 사는 것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성모회의 한복 선물을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성모회장님과 임원들이 제가 선물을 거절했다고 울고 계시다는 소식을 본당 수녀님으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수녀님의 간절한 청원을 못 이겨 한복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받기는 했지만, 제가 한복을 따로 입고 있을 일이 없어서, 착용을 차일 필 미루고는 옷장에만 걸어놓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왕이면 새해와 한가위 명절 등 우리나라의 고유명절 때 한복에 영대를 걸치고 미사를 봉헌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복을 입고 미사를 봉헌해왔습니다. 저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저를 이곳 한반도에서 태어나시게 하셨기에 제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고 이 민족의 일원이 되었음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기에 한복, 국악 등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여타 문화와 비교하여 차등으로 여기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끔 외국의 전통의상을 색다른 맛으로 바라보듯이,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고유의상인 한복을 아주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보며 감탄해 마지않습니다. 외국인들과 함께 국제모임을 할 때 가끔 한복을 입고 각 나라의 문화행사를 하게 됩니다. 요즘 광화문 등지에 나가보면 한복을 입고 나들이를 하는 분들을 보면 참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우리 신자들이 개인적으로는 다소 번거롭기도 하겠지만,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이나 성모의 밤, 순교자 현양의 밤, 그리고 대축일인 성탄과 부활 및 성모승천대축일에 한복을 입고 미사를 봉헌하시는 모습을 보면, 주님께서 참 기쁘고 어여쁘게 바라보시리라고 여깁니다.

 

명절 때마다 부모님과 은인들이 새롭게 맞춰준 옷을 입으면서 새사람이 됩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도 새사람이 되어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내가 다 못해왔던 것, 지금까지 뭔가 자식으로서 어른으로서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미뤄왔던 일들을 이번 추석 한가위를 맞아 실행하여 새사람의 첫걸음을 시작해 봅시다.

 

우리 조상들은 이 추석 한가위에 무엇을 하고 놀았나 생각해 봅니다.

 

서민들은 '줄타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씨름', '소맥이 놀이', '널뛰기', '농악' 등을 하면서 놀았고, 양반들은 '바둑두기', '시조·창하기', '자수 놓기', '글씨쓰기', '가야금 연주', '투호 놀이' 등을 하면서 여가를 보냈습니다.

 

여자들은 주로 '자수 놓기', '그네뛰기', '널뛰기', '강강술래', '놋다리밟기', '투호 놀이' 등을 하였고, 남자들은 '줄타기', '고싸움', '소싸움', '씨름', '농악놀이', '바둑두기', '북 놀이' 등을 했습니다.

 

어른들은 '바둑두기', '장기 두기', '씨름', '강강술래', '소싸움' 등을 했고, 아이들은 '비석 치기', '연날리기', '윷놀이', '제기차기', '말타기 놀이', '가마싸움', '팽이치기', '풀각시 놀이', '구슬치기', '썰매 타기', '달맞이' 등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놀이를 가나다순으로 간단히 살펴보면;

 

가마싸움은 일명 가마 놀이라고도 하는 학동들의 놀이입니다. 추석전각 서당의 학동 중 대표를 뽑고 각기 가마와 기를 만들며 가마싸움 준비를 합니다. 15일이 되면 가마를 끌고 마을을 누비고 다니며 기세를 올리고 나서, 넓은 마당에 나가 달려가 가마를 부딪쳐 부서지는 편이 지게 되는 놀이입니다. 이긴 편에서 그해에 등과가 나온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강강술래는 전라남도 남해안 일대와 도서지방에 널리 전승되고 있는 여성들의 집단놀이로서 주로 한가위 밤에만 놀아왔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정월 대보름 밤을 비롯하여 달이 밝은 밤에 수시로 놀아온 놀이입니다. 이 놀이의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고대 농경시대의 공동 축제 때 노래를 부르며 춤추던 놀이형태가 계속 이어져 내려오면서 점차로 변화되어 오다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 강강술래를 의병술로 이용해서 왜적이 지레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 돌아가게 했는데 그것을 계기로 사람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져 내려왔다고 봅니다.

 

반보기는 옛날 시집간 여자들이 시집살이하면서 마음대로 친정에 갈 수 없자, 추석이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날짜와 장소를 미리 정해서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하여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풀었다고 합니다. 중간에서 만나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뜻으로 반보기랍니다. 또 이웃 마을의 여인들과 어울려 지내기도 했답니다.

 

밭고랑 기기는 추석 전날 814일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 수대로 밭고랑을 기어가는데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된다는 뜻으로 전라남도 진도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이때 음식을 마련해서 밭둑에 놓고 하기도 한답니다.

 

소맥이 놀이는 추석날 차례를 마치고 난 뒤 알맞은 시간에 소 놀이가 진행됩니다. 멍석 안에 두 사람이 들어가 소의 형상으로 꾸며서는 그 소를 끌고 농악대와 마을 사람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부농 집이나 그해에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사람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대문 앞에서 '소가 배가 고프고 구정물을 먹고 싶어 왔으니 달라.' 고 외치면 주인이 나와서 일행을 맞이하고 술과 떡과 찬을 차려 대접합니다. 거북놀이와 비슷하지만, 개인이나 가정의 복락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이 놀이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깊이 들어 있습니다. 중부지방에 널리 퍼져 있으며 황해도 일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올게 심니는 추석을 앞두고 잘 익은 벼나 수수 등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베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묶어 걸어두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음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 는 기원의 뜻이고, 올게 심니를 한 곡식은 다음 해에 씨로 쓰거나, 떡을 해서 사당에 올렸다가 먹었다고 합니다.

 

원놀이는 설이나 추석 명절 때 청장년들이 하는 놀이로서 지금으로 말하면 모의재판 같은 성격의 놀이입니다. 한 사람을 원님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학동들은 백성이 되어 사건을 놓고 판결을 받는 놀이입니다. 경북 영양 예천 문경 등지에서 전해 내려오던 놀이이며, 안동에서는 주로 서당 학동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원님은 사건을 잘 해결하지만 서투른 원님은 백성들의 놀림감이 되었다고 합니다.

 

시대가 다른 지금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면서 명절을 보내십니까? 여러분의 가족 친지들과 어떤 식으로 명절을 보내십니까? 평소에 못 찾아뵈었던 집안 어른들과 은인들을 찾아뵙거나 여행을 하거나 가족끼리 음식을 나누며 담소라도 하시면서 쉬기도 하시겠지요. 어떤 식으로 명절을 보내시든지, 행복한 순간이기를 빕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여러분의 내일에, 그리고 여러분을 바라보고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행복이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이 명절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함께하셔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 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 준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요엘 2,23-24.26)

 

좋은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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