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숨겨둔 말 한마디 /김기만
편지를 씁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아껴두고
그저 때때로
그대 생각이
난다고만 합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아름다움을 믿기 때문이며
아름다운 그대를 믿기 때문이며
아름다운 세상을 믿기 때문이며
가을을 좋아하는
어느 소녀가
작은 소망처럼
가을이 돌아옴을 믿듯
아름다운 그대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렇게 하고 싶던
사랑한다는 말은 숨겨두고
하늘을 볼 때마다
그대의 생각이
난다고만 합니다.
황홀한 고백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 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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