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6.7 아름다운 쉼터(현명한 바보)

인쇄

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6-07 ㅣ No.418

현명한 바보(‘좋은생각’ 중에서)

제1차 세계 대전 때, 강대국이던 영국은 약소국인 터키를 위협하기 위해 외교관 커즌을 파견했다. 그는 뛰어난 외교술과 건장한 풍채로 유명했다. 상대가 누구든 거침없이 휘어잡기에 손색없었다. 하지만 터키 대표인 이스마엘은 커즌과 너무 달랐다. 왜소한 데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가 작았다. 커즌은 이스마엘을 얕잡아 보았고, 다른 나라 대표들도 이스마엘을 소 닭 보듯 했다.

그런데 회담이 시작되자, 이스마엘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내뱉고, 단호한 손짓과 날카로운 시선도 말과 들어맞게 사용했다. 또 이스마엘은 터키에 유리한 말은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터키에 불리한 말은 “제 귀가 어두워서 잘...”이라며 못 들은 척 얼버무렸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커즌은 자제력을 잃고 이스마엘에게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여전히 안 들린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커즌이 제 풀에 지쳐 씩씩거리자, 이스마엘은 커즌에게 몸을 기울이고 말했다.

“네? 방금 뭐라고 하셨죠?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하... 세상에 이런 경우가...”

커즌은 혀를 내두르며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스마엘은 이처럼 현명한 바보짓으로 회담을 주도했고, 열강의 위협에서 터키를 지켜 냈다.

 


1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