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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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춘 [nuciki] 쪽지 캡슐

2003-07-14 ㅣ No.3005

고등학생의 학부형입니다.

제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말에 세례 받고 첫 영성체를 모셨습니다.

제 어머니와 저와 제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주일미사는 꼬박 꼬박 다녔습니다만 주일학교에는 한사코 다니지 않더군요.

재미도 없고 아는 친구들이 없다나요.

그러던 녀석이 올 3월부터 시키지도 않는데 주일학교 교리를 받고 오더군요.

처음에는 1시간 교리만 받고 귀가했습니다.

부활절에 달걀 돌렸다면서 3시가 넘어서 오더니 다음번에는 보좌 신부님 영명축일 축하 때문이라며 4시가 넘어서 왔습니다.

그 다음 주일에는 주일학교 마치고 바로 주일학교 친구들하고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왔다면서 밤 10시가 넘어서 오고.

점심도 안 먹고 밤늦도록 공부하고 오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밤 12시가 넘어서 귀가한 적도 있습니다.

마냥 좋아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확인을 해 보니 지금까지 주일학교 친구 녀석들하고 어울려 PC 방에도 가고, 농구도 하며 방황하고 - 제 아들이 한 표현 - 돌아다니고서 집에 와서는 공부 때문에 늦었다고 거짓말을 한 거였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저만 속은 게 아니라 제 아들이 소속된 반의 주일학교 학부형 모두가 속고 있었습니다.

주일학교가 아니라 악마소굴이구나.

주님을 믿는 제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었습니다.

(주님,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

그 날 이후에는 그런 일로 속이는 일이 없어졌지만 일요일만 되면 저의 집에서는 주일학교 교리를 받고 오겠다는 제 아들과 미사 마치고 바로 집으로 오라고 강요하는 저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가 아니라 안심하고 성당보내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겠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학교 가정통신문처럼 한 달 치씩 교육계획안을 가정으로 보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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