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아버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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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석 [heodang72] 쪽지 캡슐

2003-07-18 ㅣ No.3016

안녕하십니까?

 

 먼저 주 안에 평안하시길 빕니다. 저는 중고등부 주일학교를 맡고있는 김성권 세례자 요한 신부입니다.

 

 아버님의 글을 읽고 아버님의 고충과 갈등을 알았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수녀님이 어떤 고3학생이 새벽 3-4시까지 안들어온다고 써있다고 하셔서 놀랬다가 사실이 아님을 알고 다소 안심은 되었습니다만)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저희 주일학교의 수업시간을 말씀드리자면 11시에 교리 시작, 약 한 시간 교리를 하고 이후에 학생활동(전례부, 성가대, 액션송부, CYA대표자 모임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배도 고프고 그런지 12시 30분이면 성당에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단 주일학교의 특별한 행사가 있다거나 대표자 회의가 있을 경우엔 그 이후까지 남는 경우가 있죠.

 

 부모가 자녀의 거짓말을 알게 되었을 때, 받게되는 충격은 큽니다. 그 자녀가 평소에 말 잘듣고 특별한 기대와 사랑을 받는 자녀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자녀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고 '네가 나에게 이럴수가 있느냐?'는 식으로 자녀를 몰아붙여서는 안됩니다. 자녀가 거짓말을 했던 이유가 바로 부모에게 걱정과 실망을 시키지 않으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버님의 자녀는 아직까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기에 자신의 현재적인 욕구와의 갈등 앞에서 거짓말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거짓말을 한 게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거짓말을 한 사실 자체에 있지 않고 우리 친구가 부모님의 기대와 자신의 욕구사이에서 엄청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친구를 보십시오. 그가 정말 부모몰래 불량배들과 어울려 나쁜 짓이나 하고 다닐 그런 아이인가를.

 

 신뢰관계는 중요합니다. 약속과 진실한 말이 그 관계를 유지시켜줍니다. 그러나 때로 은행도 파산하듯 신뢰의 잔고가 바닥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잔고를 채우고 거래를 회복하면 됩니다. 믿음은 모든 것이 잘 되어갈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 더 필요합니다.

 

 아이를 믿어주십시오. 시시콜콜히 다 물어보고 간섭하려들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어려울때일수록 사회자금을 풀어야 하듯이 그런 때일수록 '말없이 믿어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청소년사목을 여러해 맡아온 지도신부로서 아버님께 드리는 간곡한 충언이자 부탁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주제넘게 결례를 했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자녀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아버님과 그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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