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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섭 [wansub69] 쪽지 캡슐

2000-07-13 ㅣ No.2042

우산을 챙기는 마음

 

 

비가 오면 언제나 담임선생님께 비닐 우산을 보내는 어머니가 있었다. 선생님은 처음에 한두 번 우산을 받을 때는 비를 피할 수 있어 어머니의 깊은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우산을 받다 보니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우산이 오히려 짐이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한 학급에는 반드시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어서 그때마다 그 비닐 우산은 그런 아이들에게로 넘어 가곤 했다.

 

해가 바뀌어 새학기가 시작되던 어느 날이었다. 오후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선생님은 문득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 보내던 그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늘 비가 내리길래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땐 어머니께 고마운 마음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지요. 요즘은 비가 오는 날이면 어머니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비가 올 때마다 우산을 챙겨 보내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일년을 한결같이 그러셨습니까? 어머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러자 그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 비닐 우산은 우산이 아닙니다. 저는 아이에게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산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선생님은 귀한 분이니 비를 맞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매번 우산을 챙겼습니다. 한두 번 하다 말 것이면 시작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비가 오면 아이는 학교로 우산을 가지고 가는 게 몸에 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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