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성당 게시판

첫 마음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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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hi0409] 쪽지 캡슐

2000-11-08 ㅣ No.2447

 

첫 마음을 찾아서.....

 

출근하려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남편을 뒤에서 아내가 불렀다.

"여보."

"왜?"

"내일이 무슨 날인 줄 아세요?"

"?"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남편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무슨 날이에요?"

"일요일."

 

아내가 벌컥 화를 냈다.

 

"당신은 구제불능이에요. 내일이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요. 아이고 분해! 저런 무심한 남자하고 내가 결혼을 하다니."

 

남편은 얼른 문을 닫고 나갔고 아내는 뒤에서 발을 굴렀다.

이튿날 아침 남편이 외투를 입으며 아내를 찾았다.

 

"여보."

"왜요?"

"오늘 우리 결혼기념으로 어디 좀 다녀옵시다."

 

아내의 얼굴에 이내 미소가 깃들었다.

 

"선물 사주시려구요? 그럼 어느 백화점으로 가지요?"

"아니, 가까운 데 여행을 합시다."

"어머 멋져라. 그럼 강화도에라도 갈까요?"

"아무튼 출발합시다."

 

그런데 차는 엉뚱한 방향으로 달렸다. 좁은 차도로 그리고 가파른 고개 위로 올라갔다.

아직도 있는 호떡집, 떡볶이집, 참기름집, 연탄집. 아내가 부은 얼굴로 남편을 돌아보았다.

 

"여보, 여기는 우리가 신혼시절에 살았던 동네잖아요?"

"맞소. 우리가 라면 한 그릇에 젓가락 두 모를 놓고 먹었던 그곳이오."

 

남편이 전신주에 기대 서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 집은 우리가 세들어서 살았던 곳이오. 저기 저 버스정류장은 당신이 날마다 마중

나오던 곳이고.’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남편이 아내의 어깨를 감쌌다.

아내가 말했다.

 

"여보, 고마워요.

오늘 여행은 어느 때보다도 값져요.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첫 마음을 잊었었어요.

그런데 다시 찾게 되다니, 결혼기념 선물 중에 올해처럼 마음을 바꾸게 한 것은 처음이어요."

 

 

 

 

                           -----------정채봉님의 바람의 기별 중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살아가면서 처음 시작했던 마음을 잊고 살때가 많은 거 같아요.

 

늘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삶이 아름다울 거란 생각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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