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성당 게시판
아빠와 함께 DDR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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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오랜만에 아버지께서 집에 계셨습니다. 식사 시간! 맛있게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데
아버지께서 "거~ 왜~있잖냐... 요즘 애들 오락실에서 방방뛰는거..." 나 - "응! DDR? 왜요?" 엄마 - "그거몰라요? 요즘 TV에서는 고등학생들 그거 대회도 해요. 제주도에서까지 올라와서 신나게들 뛴다니까..." 나 - "신나는 가요나 팝송이 나오면 화면에 좌 우 화살 표가 나와요 그럼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똑같이 밟으면돼..." 아빠 - 시시하다는 암투로 "에...그게뭐야..." 나 - "에고 나도 몇번 해봤는데 어려운건 정말 어려워요... 난 제일 기초단계도 어려워서 못해..." 아빠 - "그까짖게 뭐가 어려워...니가 둔하니까 그렇지..." 엄마 - "넌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오락실을 다니냐 언제 철이들래~"
전 아버지의 그까짖게 뭐가 어려워라는 말에 장난기 발동! 식사를 마치고 "배 넘 부르다...아빠! 우리 바람쐬러 나가자"하고 아버지와 산업대쪽으로 슬슬 이런 저런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걸었죠...드디어 오락실앞... 나 - "아빠 여기는 DDR전용 오락실인데 한번 하실래요? 아빠 - "시려~그걸 뭐하러해.." 나 - "그갖게 뭐가 어렵냐며? 한번 해봐요... 신세대들이 뭘하며 노는지알아야 할 필요도 있어..." 그렇게 강제 적으로 전 환갑이 훨씬 넘으신 아버지를 끌고 오락실로... 쿵쾅대는 소리에 아버지는 아빠 - "뭐이리 정신없어... " 교복입은 학생들을 보시고 "저 녀석들은 지금 몇신데 학교들안가고 여기 있는 거야?" 나 - "날날인가 부지...^^ 신경쓰지 말고 이리오세요..." 키!키!키! 기계 앞에서서 동전을 넣는데 긴장하시는 아버지 얼굴.... 제일 쉬운 걸로... 아버지와 나란히 서서...드디어 시작! 껑충! 껑충! 뛰시면서 잘 하시는것 같더니... 윽! "뭐이래이거 제대로 밟고있는데 왜 안되는거야!" 후후~ 화면의 화살표와 상관없이 발판을 무지 막지하게 밟으시면서 막 화를 내시고 계십니다. 그 소리에 학교를 땡땡이친 몇명 교복입은 학생들이 자기들 하던 것을 끝내고 우리쪽으로 잼있는듯 구경을 오고.... 간신이 저땜에 다음 판으로 넘어는 가는데 " 뭘 또해...? " "한판을 깼으니까.. 이번엔 좀더 어려워요..." 좀더 빠른 음악에 좀더 많은 수의 화살표가 화면위로 올라가는데... 아버지는 좀 전보다 더 높이 더 빨리 껑충~껑충~ 뛰시는 겁니다. 물론 화살표와 상관없이... 구경 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할아버지 화이팅"하고 아버지 옆에서 같이 뛰는게 아니겠어요? 급기야 오락실 주인까지 구경을 나오고... 아버지는 계속 "기계가 이상해~ 제대로 뛰는데 안맞아~" 학생들은 계속 신이나서 "할아버지! 왼발 오른발~ 위~ 아래~" 후훗! 그렇게 끝이나고 아버지를 보는데 이마에는 땀이 그득! 숨은 헐덕!헐덕! 아직도 입가엔 "기~계~가~이~상~해~"하시며 웃으시는 겁니다. 기계에서 내려와 아버지는 학생들 머리를 쓸으시며, "왜 학교 안가고 여기있는거야? 이게 그렇게들 잼있니? 그래도 공부 하면서 해야지..."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들어가면 되요. 할아버지 대단하세요.^^" 오락실 주인도 웃으며 "다음에 따님과 또 한번 오세요..^^" 그렇게 오락실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데... 또 한번 뭔가 아쉬우신지 "기계가 이상해~"하신는 겁니다. 그리고 좀있다가는 "생각보다 어렵더라 "나도 왕년에는... 거 잼있다야~"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기계에 대해 설명을 하시는 거예요. 오락실이 정신이 없다는둥~ 화살표가 어떻게 올라간다는둥~ 화면은 어떻게 생겼다는 둥~ 요즘 말하는 N세대를 지난 25살 딸과, 환갑을 훌쩍 넘으신 64세 아버지와 DDR을.... 정말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