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긴 하루(설악 공룡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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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1-10-03 ㅣ No.2919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은 늘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만큼보다는 덜하지만 육지의 먼

     

    여행을 하려고 할 때도 늘 먼저 생각이 드는 마음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며, 널브러진 각종 예측할 수

     

    없는 사고들이 연휴를 지내고 보면 뉴스의 단골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추석 전전날 간단한 워밍 업이라며 북한산 등반을 하고

     

    추석전날은 제수용품 준비를 하고 추석날은 차례를

     

    지내고 선산이 있는 합덕에 성묘를 하고 돌아왔지요.

     

    서해안고속 도로가 개통되는 바람에 고향에 가는 일이

     

    무척 빨라졌답니다.

     

    집에 돌아와 접대용 고도리를 시어머님과 쳐서 약간의

     

    돈을 잃어 드리고.....

     

    내일 10월 2일 산행.

     

    시계를 2시에 맞추어 놓고 잠든 신랑은 이미 코를 골고,

     

    여행의 긴장감에 잠이 오지 않아 이것 저것을 만지며

     

    정리해 놓으니 황금마차가 호박으로 바뀔 시간 12시..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마치 링위에 오르기 전의 권투 선수가 초조함에 자꾸

 

 뱉는 침 처럼  저 역시 그 초조함에 동감하며 ......

 

 깊은 밤 목적지를 찾아 바람 소리 날 정도로 달리는

 

차안에 있어본 사람은 긴장감을 느껴본 사람은

 

아실겁니다...

     

     2시에 일어나 새벽 3시에 시작했습니다.

     

    "웨메∼ 단풍 들것네? 단풍 들었네?"

     

    설악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강북강변도로는 마치도 숨죽인 도시였습니다.

     

    추석 귀경으로 인해선지 그리도 막히고 화를

     

    불러일으켰던 그 도로가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마치

     

    우리가 오락 경기를 하는 것처럼 아님 카레이싱을 하는

     

    것처럼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숨 죽인 도로 였습니다.

     

    마포에서 20분 만에 워커힐 도착.

     

    북한강 강가에 들어서니 짙은 안개와 노란 수은등의

     

    가로등불이 무척이나 몽환적이고 깊은 수렁으로 우리를

     

    끄는 듯했습니다.

     

     

    깊은 안개.. 짙은 안개.......

     

    안개, 안개........ 안 ..개....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 자궁 속 같이 희미한 혼돈 속의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달리는 것 같은데 늘 제자리 인 것 같은 .....

     

    틀어논 F.M에서는 이번 감기가 지독하니 감기 예방에

     

    게으르지 말라는 현실적인 이야길 아나운서는 말을

     

    했습니다.

     

    양평 가는 길은 안개의 길인데 와부읍 주위에 아파트가

     

    보이는 길부터는 안개가 걷쳐 강가의 휘엉청 밝은

     

    보름달을 감상하며 차는 달렸습니다.

     

    이정표엔 홍천 양평 6번도로 홍천 68Km의 안내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리아의 문 나잇이라는 음악이 끝나자 남성 아카펠라의 음악

     

    이 뜹드비드바~ 듭드바!

     

    하며 흐르고 차는 계속 질주를 하다 감시 카메라가 나타 날 즈음

     

    이면 속도 80으로 줄이며.......

     

    양평12Km 홍천60Km의 푯말을 뒤로하며 달렸습니다.

     

    " 아... KBS에서는 애국가를 4시경에 틀어주고 MBC는 5시에

     

    애국가가 나오는구나 하는 전에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며

     

    용문터널을 4시에 통과하며 계속 인제79Km 홍천2Km

     

    표시판을 뒤로하며 달렸습니다......

     

    달려갔습니다. 달. 려 갔습니다...

     

    화양강 월정 휴게실에 4시 30분에 도착

     

    새벽 어둠의 빛처럼 깊은 커피 한잔을 마시며 달리기만

     

    한 차 를 위로? 차 쉴 기회를 주었지요.

     

    커피가 잠든 영혼을 건드렸습니다.

     

    마포에서 떠난지 3시간만에 미시령 휴게실에서 내려다

     

    본 속초는 잠들어 있지 않고 깨어 수많은 영롱한 불빛을

     

    선사했습니다.

     

    6시30분에 설악동 도착 간단한 아침 식사..

     

    6시 50분부터 산행 시작

     

    7시 30분에 비선 대 도착.

     

    바람소리인지 물소리인지 처음엔 착각을 할 정도였는데

     

    바람이 잠든 후 들어보니 계곡의 물소리였습니다.

     

    추석날, 이곳 설악은 많은 비가 내렸다는군요.

     

    설악 다람쥐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더니 이내 재미가

 

    없는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비선대에는 어제 비로 불어나 물로 들어가지 못하게

     

    로프를 쳐 놓았고 우린 천불동 계곡이 아닌 금강굴

     

    쪽으로부터 시작하는 마등령 길에 올랐습니다.

     

    마등령 가는 길에 한 열 사람 정도의 사람을

     

    만났던가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말을 전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산 사람이 아닌 관광객 일꺼라는 생각으로

     

    섭섭한 마음을 접었습니다.

 

 아님 한번 인사한 후 헤어짐이 바로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아예 첨 부터 아는 사람일꺼라는 .......

     

    힘들 땐 복식호흡을 하면서 걷는거야 . 그리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걷는 것이지.... 하며

     

    내가 나에게 말을 하며 걷습니다.

     

    나무가 없는 바위 산은 남성적인 산인 것 같다는 생각도

     

    아울러 하면서 말입니다.

     

     

    걸으며.. 가며 보는 경치는 "웨메~ 단풍 잘 들었네...

     

    앞에서 보는 단풍보다 뒤에서 역광으로 보는 단풍의

     

    색이 고움을 보며 사람의 모습도 겉으로 들어 난

     

    모습보다 숨겨진 뒷모습 안의 모습이 조리도 고왔으면 ’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단풍을 단풍으로 안보고 사람 생각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살아 온 만큼의 나이 탓 일꺼라는 생각도 듭니다.

     

    비선대에서 3시간10분이 지나니 마등령(1,320Km)정상

     

    도착!

     

    미시령과 백담사에서 올라온 사람 몇 분이 있어

     

    마등령은 여러명으로 인해 심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마등령에서 점심을 일찍 먹고 다시 공룡능선으로 출발.

     

    험하다는 공룡능선은 생각보다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었고 능선이라 이젠 정말 힘들어 하는 맥심압 정도의

     

    마음이 오면 내리막 길이 나타나고 또 내리막길의

     

    편함을 즐기려 하면 다시 오르막 길이 나오고 .......

     

    길가에 돌 하나 나무뿌리 하나가 어찌도 그리 제

     

    몫을’다하는지요.

     

    꼭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여 산행하는 여러

     

    사람에게 이로움이 되어주었습니다.

     

    단풍이요??

     

    제 짧은 글로는 설악의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다 표현

     

    못하지요.

     

    희운각 대피소 내려가기 전 무너미 고개 정상에

     

    3시30분에 도착했습니다.

     

    산행지도 상에 있는 5시간 정도의 시간에 맞게

     

    마등령에서 5시간이 걸린 거리였습니다.

     

    무너미에서 대청봉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합류를 하니

     

    많은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젠 처음 시작했던 설악동으로 .......

     

    어제의 비 로인지 3주일 전에 찾았던 천당폭포는 낙석이

     

    떨어져 지옥폭포가 된 것처럼 낙석으로 물의 중간정도가

     

    돌로 메꾸어져 있어 안타까움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를 거둘 수 없다는 생각이 서둘러 본

     

    천당폭포의 이미지가 머리에 남아 있음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천불동을 지나 양폭 산장에는 어제 비로 산행을 했던

     

    사람들의옷가지 들인지 빨래줄에 낙엽처러 여러 색으로

     

    널려 있었습니다.

     

    어둠이 밀려와 옆의 사람이 잘 안보일 정도의 시간 6시

     

    40분에 설악동에 도착을 하여약 12시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래도 사람으로 인해 밀렸지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단축한 것 같아 전 보다 건강해졌음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산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히말리아 산 14봉을 완등한 박영기씨는 "산은 환희와

     

    슬픔, 영광과 좌절을 모두 안겨준 인생 그 자체" 라고

 

    말을 했다는데..

     

     오던 길 되 집어서 다시 마포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는 무척 긴 하루였다고 생각했습니다...

     

    24시간이 48시간처럼 .. .........

     

    늘 똑 같은 24시간을 이렇게 부지런히 시작하여 마치도

     

    긴 시간을 보낸 것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차창 밖의 보름달을 쳐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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