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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뇌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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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일들에 뇌물 공여 의혹이 짙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 러난 사실은 없으나 어쩐지 구린내가 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전통 벼슬사회에선 속칭 ’다섯들이’라 하여 뇌물의 하한선이 불문율로 정해져 있었다. ①먹여들이 - 식음을 받아들이지 말며 ②마셔들이 - 향응을 받아들이지 말며 ③태워들이 - 말이나 가마를 받아들이지 말며 ④안겨들이 - 여색을 받아들이지 말며 ⑤왼손들이 - 뇌물성의 부정한 돈은 왼손에 쥐어 주게 마련이기에 좌전(左錢)이라고 했으며 바로 이 좌전을 받아들이지 말라 해서 다섯들이다.
불교에서 남에게 재물을 베풀어 공덕을 쌓는 일을 보시라하여 권장하고 있지만 그 보시에 는 겉은 보시의 탈을 쓰고 속마음은 딴 데다 두는 사이비 보시가 있었다. 불경’구사론’의 칠불포시가 그것이다. ①수지시 - 집요하게 요구하므로 거절할 수 없어 바치는 보시 ②포외시 - 하지 않으면 신상에 불이익이 올 것 같아 불안해서 바치는 보시. ③보은시 - 옛날에 덕본 것을 갚기 위한 보시. ④구보시 - 어떤 대가를 기대하는 보시. ⑤습선시 - 전부터 관례가 돼있고 남들이 하기에 나도 하는 보시. ⑥희천시 - 그로써 잘 보여 득을 보려는 보시. ⑦요명시 - 자신의 명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보시가 그것이다.
한편 떡값이라 하면 뇌물에서 독소를 약간 뺀 표현이다. 생각처럼 큰돈도 아니며 또 나만 이 받은 것이 아닌 관례적인 돈이라는 탈출구가 있는 뇌물이다. 그래서 발이 저린 사람들은 떡값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떡값 기원에 두 가지 설이 있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산사의 스님들이 마을로 내려와서 법고를 치고 가가호호를 다니며 떡을 팔았다. 지난 한햇동안 양심에 가책된 일로 마음에 부담이나 남들과 사이에 풀지 못할 앙금이 있을 때 그 스님들의 떡을 사면 가책과 앙금이 소멸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이 떡을 멸죄떡 또는 법병이라 했다. 떡값은 일정한 것이 아니라 지은 죄과의 양에 비례하기에 적어지기도 많아지기도 한다. 일정액이 아닌 많고 적고하는 배려가 개재된 공여를 떡값이라 했고 그것이 현대 사회의 뇌물에 악용되었을 것이라는 게 그 한 설이다.
또한 옛날에 먼길 떠날 때 허리춤에 채워주는 휴대식이 바로 떡이었다. 목적지로 가야할 길이 하루 이틀 정도 걸리면 허리춤에 찬 떡만으로도 되지만 사나흘 이상 걸리면 지니고 갈 수 없기에 돈으로 주었는데 이를 떡값이라 했다. 지명에 병점이니 떡고개니 떡점거리 등 떡 이름이 많은 것은 바로 이 옛날 나그네들의 요기를 위해서였다. 길을 떠날 때 주는 떡값이 사람에 따라 신분에 따라 벼슬에 따라 들쭉날쭉하기에 뇌물이라는 독소를 은폐하는 좋은 수 단이기에 악용되었을 것이라는 게 그 다른 설이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는 떡이 뇌물 구실을 한다. 원님으로부터 저승의 염라대왕을 붙잡아 오라는 명을 받은 강님은 난관을 당했을 때마다 떡을 뇌물로 바쳐 뚫고 나간다. 길막이 조 왕님은 시루떡, 첫 문지기는 백설기, 저승 사자인 길토래비는 무지개떡, 우두나찰 마두나찰 은 솔기떡을 뇌물로 주어 통과하곤 한다.
신문에 뇌물이니 떡값이니 하는 말의 빈도가 급증한 것으로 미루어 뇌물의 대상폭이 넓고 또 그 이름들이 드러날 날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사회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고 의혹이 있음직한 일에는 항상 이렇게 냄새나는 뒷거래가 성행해 왔다. 저승의 신명이나 귀신도 떡을 좋아했으니 이승 사람들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떡값이라고 포장되는 악취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국민은 그것을 다 알고 있다. 이제 또 한번 엄청난 뇌물 쇼가 국민 앞에 차례로 전개될 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