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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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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okKu,Lee [nikolas9] 쪽지 캡슐

1999-11-05 ㅣ No.1670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일들에 뇌물 공여 의혹이 짙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

러난 사실은 없으나 어쩐지 구린내가 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전통 벼슬사회에선 속칭

’다섯들이’라 하여 뇌물의 하한선이 불문율로 정해져 있었다.

①먹여들이 - 식음을 받아들이지 말며

②마셔들이 - 향응을 받아들이지 말며

③태워들이 - 말이나 가마를 받아들이지 말며

④안겨들이 - 여색을 받아들이지 말며

⑤왼손들이 - 뇌물성의 부정한 돈은 왼손에 쥐어 주게 마련이기에 좌전(左錢)이라고 했으며

바로 이 좌전을 받아들이지 말라 해서 다섯들이다.

 

 불교에서 남에게 재물을 베풀어 공덕을 쌓는 일을 보시라하여 권장하고 있지만 그 보시에

는 겉은 보시의 탈을 쓰고  속마음은 딴 데다 두는 사이비  보시가 있었다. 불경’구사론’의

칠불포시가 그것이다.

①수지시 - 집요하게 요구하므로 거절할 수 없어 바치는 보시

②포외시 - 하지 않으면 신상에 불이익이 올 것 같아 불안해서 바치는 보시.

③보은시 - 옛날에 덕본 것을 갚기 위한 보시.

④구보시 - 어떤 대가를 기대하는 보시.  

⑤습선시 - 전부터 관례가 돼있고 남들이 하기에 나도 하는 보시.

⑥희천시 - 그로써 잘 보여 득을 보려는 보시.

⑦요명시 - 자신의 명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보시가 그것이다.

 

 한편 떡값이라 하면 뇌물에서 독소를 약간 뺀 표현이다.  생각처럼 큰돈도 아니며 또 나만

이 받은 것이 아닌 관례적인 돈이라는 탈출구가 있는 뇌물이다. 그래서 발이 저린 사람들은

떡값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떡값 기원에 두 가지 설이 있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산사의 스님들이  마을로 내려와서 법고를 치고 가가호호를  다니며

떡을 팔았다. 지난 한햇동안 양심에 가책된 일로 마음에 부담이나 남들과 사이에 풀지 못할

앙금이 있을 때 그 스님들의 떡을 사면 가책과 앙금이  소멸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이

떡을 멸죄떡 또는 법병이라 했다. 떡값은 일정한 것이 아니라 지은 죄과의 양에 비례하기에

적어지기도 많아지기도 한다. 일정액이 아닌 많고 적고하는 배려가 개재된 공여를 떡값이라

했고 그것이 현대 사회의 뇌물에 악용되었을 것이라는 게 그 한 설이다.

 

 또한 옛날에 먼길 떠날 때  허리춤에 채워주는 휴대식이 바로  떡이었다. 목적지로 가야할

길이 하루 이틀 정도 걸리면 허리춤에 찬 떡만으로도 되지만 사나흘 이상 걸리면 지니고 갈

수 없기에 돈으로 주었는데 이를 떡값이라 했다. 지명에 병점이니 떡고개니 떡점거리 등 떡

이름이 많은 것은 바로 이 옛날 나그네들의 요기를 위해서였다.  길을 떠날 때 주는 떡값이

사람에 따라 신분에 따라 벼슬에 따라 들쭉날쭉하기에 뇌물이라는 독소를 은폐하는 좋은 수

단이기에 악용되었을 것이라는 게 그 다른 설이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는 떡이 뇌물  구실을 한다. 원님으로부터 저승의  염라대왕을 붙잡아

오라는 명을 받은 강님은 난관을 당했을 때마다 떡을 뇌물로  바쳐 뚫고 나간다. 길막이 조

왕님은 시루떡, 첫 문지기는 백설기, 저승 사자인  길토래비는 무지개떡, 우두나찰 마두나찰

은 솔기떡을 뇌물로 주어 통과하곤 한다.

 

 신문에 뇌물이니 떡값이니 하는 말의 빈도가 급증한 것으로 미루어 뇌물의 대상폭이 넓고

또 그 이름들이 드러날 날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사회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고

의혹이 있음직한 일에는 항상 이렇게 냄새나는 뒷거래가  성행해 왔다. 저승의 신명이나

귀신도 떡을 좋아했으니 이승 사람들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떡값이라고 포장되는 악취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국민은 그것을 다 알고 있다. 이제 또 한번 엄청난 뇌물 쇼가 국민

앞에 차례로 전개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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