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수난기약 다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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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3-09 ㅣ No.3901

 

오늘 사순 제 1 주일 미사를 드리며...

수난기약 성가를 부르며..

미사 중간 중간...떠오른 잔상을 뿌리칠 수 없습니다.

 

사순이 시작되었다는 느낌때문인가...

광야에서 유혹받는 예수가 아닌...

 

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우리에게 상처받으신 채..

홀로 게쎄마니로 향하는 님의 모습이...계속 그려집니다.

 

공포와 번민에 싸여 당신의 수난에 대해 울부짖으시고자...가셨던 곳...게쎄마니.

 

 

항상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야 했던 그 분의 일생...

지금 이 순간...

 

그 분은 정말 당신이 기도를 받고 싶으셨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깨어 기도하길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을 데리고 그 외딴 곳 어둠속을 향해

오르십니다.

 

"내 마음이 괴로와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깨어 있어라.."

 

.......

그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셨건만...

다가온 시련과 고통은 인간의 몸으로 겪기에는 너무나 큰 것이셨나 봅니다.

무엇으로 무장해도....

당신...너무나 두렵고 공포스러우셨을 겁니다.

 

 

잡아주는 손 하나 없이,,,위로해 주는 이 하나 없이...

홀로 그 길을 걸으셔야 했던 님은...

 

그 밤...

사랑하는 아버지 앞에 엎드리고 맙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러하였듯이..

누군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길 바랬던 우리 자신인 제자들...

돌아 와 보니...잠들어 있었습니다.

 

"시몬아 자고 있느냐?

단 한 시간도 나를 위해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

 

그러나 제자들은 또 잠이 들고 맙니다.

홀로 외로히 아버지 앞에서....

이 시련을 거부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셔야 했던 님...

사람의 몸으로서 받아야 할 시련은 정말 예상한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우신 것이어서..

 

님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 길을 거부하지 않고 순종케 해달라고..

아버지 앞을 떠나지 않으십니다.

 

때가 다 되어 마지막 잡혀가실 그 시간까지...

님은 아버지 앞을 떠나지 않고....순명을 위해 힘달라고 기도하십니다...

 

 

너무나 ...너무나...외롭게 ....

아무도 보아 주지 않고...

아무도 함께 할 수 없는 길을 홀로 가실 준비를 하시는 것입니다.

 

영광을 위한 순간의 고통이라고 할지 모릅니다.

부활이 정해져 있으니....빛나는 날을 위한 고난이라고 쉽게 말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사랑하는 이의 애절한 부탁을 뒤로하고도..

다가오는 잠조차도 이기지 못하는 나약한 이들입니다.

 

뒷날의 약속된 성공을 위해 지금의 시련을 이기자고 말해 주어도...

순간의 아픔도, 고통도 참지 못하고 맙니다.

 

아무리...아무리...지금 주어진 나의 고통의 십자가는

아버지와 함께 영원한 새로운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나를 정화시키시는 작업이라고 말해주어도..

 

그것조차 피하고 싶어 울면서 기도하는 우리들입니다.

 

 

고통 없이...정화되지 않고도..

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나를 이 시련에서 쏙 빼어달라고..

남들만큼 잘 살고 성공하게 해 달라고...

아니, 나에게 상처 준 이들을 용서하지 말아 달라고....

밤새어 울부짖고.. 배곪아 기도하는 우리들입니다.

 

받아들이게 해 달라고....기도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이 고통에 순명할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오늘...제자들에게

당신의 고통을  받아 들이게 해 달라고...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달라고...

깨어 기도해 달라....하십니다.

 

피하지 않게 해달라고.....

말을 듣지 않고 피하고 싶은 자신의 육신을 꼭 잡고 계십니다...

 

 

그래야....우리가 ...

그래야....우리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죄가...너무나 많아서...우리 힘으로는 정화제물이 되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

 

너무나 불쌍해서...

님이 너무나 불쌍해서...

 

나 자신이 님 앞에서 너무나 초라해서..

잠들어 있는 이가...나 같아서..

나 자신에게 순간의 고통이 다가오면 밤새워 기도하던 나의 모습이 그려져서....

 

....

부끄럽고..어두운 밤입니다.

 

 

수난기약 다다르니...산으로 피해 가시어 ...

근심중에 ...피땀흘려...성부께...기도하시네...

 

우리 죄를 대신하여...수난하고.. 죽으니...

우리들은...통회하여...보속과 사랑드리세...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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