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옛.. 시 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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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환 [civilday] 쪽지 캡슐

2000-06-30 ㅣ No.1341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 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 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을 쓰면 한 귀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김남조 [편지]-

 

 

나는 꿈도 혼자 꾼다.

그러므로 내 꿈에는 색깔이 없다.

오, 이 묽은 무채색

꿈속에서 나를 보는 시간이

너무 짧다.

저녁에 나 혼자 서 있는 앞에는

허허, 벌판

가끔씩 보는 나무는 건강하지만

언제나 꿈속에서 나 혼자 있듯이

나무는 혼자 서 있다.

 

혼자서 꿈을 꾸고 있는 그는

나처럼 혼자 중얼거리고

노을을 배경으로 우두커니 이켠을 보고 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 점점이 사라진다.

 

꿈도 이제 혼자서만 꾸어야 하는 시간이

무서운가보다.

 

                  - 박해석[허허, 벌판]-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  

                        

                           - 김춘수[西風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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