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옛.. 시 세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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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 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 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을 쓰면 한 귀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김남조 [편지]-
나는 꿈도 혼자 꾼다. 그러므로 내 꿈에는 색깔이 없다. 오, 이 묽은 무채색 꿈속에서 나를 보는 시간이 너무 짧다. 저녁에 나 혼자 서 있는 앞에는 허허, 벌판 가끔씩 보는 나무는 건강하지만 언제나 꿈속에서 나 혼자 있듯이 나무는 혼자 서 있다.
혼자서 꿈을 꾸고 있는 그는 나처럼 혼자 중얼거리고 노을을 배경으로 우두커니 이켠을 보고 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 점점이 사라진다.
꿈도 이제 혼자서만 꾸어야 하는 시간이 무서운가보다.
- 박해석[허허, 벌판]-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
- 김춘수[西風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