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해님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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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agatha2279] 쪽지 캡슐

2002-07-23 ㅣ No.2903

 

  해를 본지가 언제라고 벌써 해님이 그립네요.

  그리운 김에 해님 얘기 하나 해 볼까요?

 

  이솝 우화에 보면 나그네, 해님, 바람이 등장하는 동화가 있지요.

  길 가는 나그네의 `옷 벗기기 시합` 을 하는 해님과 바람의 이야기

 

  바람은 힘으로, 점점 더 강도가 센 바람을 보냈지만, 결국 나그네의 옷을

  강제로는 벗기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람이 세어질수록, 나그네는 외투깃을

  더 세게 움켜 잡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해님은 따뜻한 햇빛을 비춰 줌으로써,나그네가 자발적으로

  옷를 벗고 물속에 첨벙 뛰어들게 만들었지요.

 

  인간 관계에서 이 우화를 떠올리게 된 것은 고교시절,교감 선생님을 통해서  

  이었습니다만, 저는 불혹의 나이가 되도록까지도 때때로, 보다 더 자주

  `바람`이었습니다.

 

  남편이나 아이들 제게 불평할 줄 몰랐답니다. 짐이 곧.......

  어느 날 부터인지, 제가 좀 낮아지고,나이에 상관없이 철이 든 이후

  저는 기꺼이 `해님`이고자 했습니다.

 

  그후 이젠 남편이 제게 불평도하고,희망사항도 이야기합니다.

  감히(?) 저의 부족한 점도 들추어 냅니다.

  아이들이 투정도 부리고,반항도 합니다.

 

  모든 인간 관계가 마찬가지입니다.

 

  "바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은 늘 황량합니다.

        불안하고,기쁨이 없습니다.

        항상 긴장해야 되고,힘을 겨루고 다투며

        그러다보니 상대를 돌아보고 배려할 여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옷깃을 여미고,가슴을 닫고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하거든요.

 

  "해님" 주변은 늘 화기얘얘합니다.

        새가 울고, 꽃이 피고,삶의 온기가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에서 힘을 얻습니다.

        서로 보듬어주고, 격려해 주는 여유가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물속에 뛰어들어, 함께 인생을 즐기는

        기쁨과 행복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해님이 좋아지셨습니까?

 

   제가 "sunny" 라는 단어를 좋아했더니,아들은 "sunny-side up" 을

   좋아합니다. "그 아들의 아들은 어떨까?" 를 생각하니 자못 흥미진진해 집니다.

 

   끝말 이어가기, 이것이 곧 인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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