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펀글] 과자 한 봉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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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인이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매점에서 잡지 한 권과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왔다.
아직은 시간이 있어서 대합실에 앉아 잡지책을 넘기고 있었다.
잠시 뒤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옆을 쳐다 보았다.
옆에 앉은 어떤 신사가 방금 자기가 놓아둔 과자봉지를 뜯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하여
그냥 자기도 과자를 하나 집어 입에넣었다.
그 남자는 너무도 태연했고 자연스러웠다.
여자가 하나 집어먹으면 자기도 하나 집어 입에 넣는 것이었다.
서로 계속해서 그렇게 하나씩 집어먹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참 우스운 광경이었다.
이제 과자가 딱 하나 남게 되었다.
그 남자가 그 마지막 과자를 집어 들었다.
과자가 이제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절반으로 쪼개어서는
절반을 봉지에 다시 올려놓고 절반은 자기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씽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에 저런 철판 깐 낯짝도 다 있담.
능글맞게 웃기까지 하면서…,
어휴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여인은 몹시 불쾌하여 한동안 헝클어진 호흡을 고르며 앉아 있었다.
잠시 뒤 비행기에 올랐을 때도 그 남자의 뻔뻔스럽고
무례한 모습이 아른거려 기분이 언짢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안경을 닦기 위해 휴지를 꺼내려고 종이가방을 열었는데
그 속에 자기가 샀던 과자가 그대로 들어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열심히 집어먹은 과자는 실제 그 남자의 것이었다.
남의 집에 널어둔 빨래를 보고 매일 험담하는 사람이 있었다.
`저 집은 왜 옷을 깨끗하게 빨지 못하누.
빨았다는 옷이 왜 저리 지저분하담.`
그러나 알고 보니, 이웃집 빨래는 늘 깨끗했고
자기 집 유리창이 항상 더러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란 자기 잘못을 모르고 남을 탓하기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