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극상이에게...성탄절이야기

인쇄

하민수 [piazzang] 쪽지 캡슐

1999-12-21 ㅣ No.640

 <영광이란 이름의 당나귀> 이야기와, <아기별 팅크>, <키 큰 천사 뷰바>, <네 번째 동방 박사> 이야기를 차례대로 다 읽어보셨나요. 그 모든 이야기들은 이번에 얘기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우리가 평생동안 지니고 살아야 할 이야기이며, 우리에게 왜 성탄절을 축하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우리가 외롭고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위로와 용기를 줄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건 바로 <아기예수>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그러면 이제부터 시작 할 테니 잘 들어보세요.

이번 이야기도 세 번에 나누어 올립니다.

 

 

 

극상이에게 들려주고픈 성탄절 이야기 마지막편.

 

아기가 된 하느님

 

  옛날 옛적에, 하루는 하느님이 천국을 거닐면서 밝은 해와 솜털 같은 구름을 감상하고 있었단다. 그러자 많은 요정들이 하느님의 주위로 모여들었지. 하느님은 그들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머리를 끄덕였지. 요정들은 하느님이 흥얼거리는 콧노래와 휘파람에 귀를 기울였단다.

  하느님은 그날 아침 기분이 아주 유쾌했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조깅을 한데다가, 샤워를 하고는 아침 식사를 맛있게 드셨거든. 게다가 우주의 모든 것들이 하느님이 보기에도 아주 흡족하게 돌아가고 있었단 말이야.

  하느님은 페루의 열대 우림 속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 곡조를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는데, 그 곡을 모짜르트의 곡과 연결시키니 정말 그럴듯하게 들리는 거 있지? 그런데 그때 며칠간

눈에 띄이지 않던 천사 하나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와서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소리치는 것이었단다. 그 천사는 방금 유전에서 일하다 나온 인부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 맞았어. 바로 뷰바였단다.

 「큰일났습니다, 대장!」

  하느님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뷰바를 돌아보며 대꾸했지.

 「큰일이라니? 큰일은 내가 이미 다 했잖은가!」

  뷰바는 멈칫했지만 중요한 이야기라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지.

 「사실은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

 「문제라‥‥‥‥」

  하느님은 커다란 회색 구름 위에 주저앉더니 손으로 턱을 괴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단다.

 「이번엔 내가 또 무엇을 잊어버렸지? 아니면 그들이 아직도 파리와 모기에 대해서 불평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파리와 모기 문제가 아닙니다. 」

 「그래? 다행이군.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뷰바는 하느님 앞에 있는 구름에 구멍을 뚫고는 지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단다.

 「사실은 그들이 무언가를 잊어버린 겁니다. 저걸 보십시오.」

  뷰바가 가리키는 것을 본 하느님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 부주의로 인해서 공기가 오염되었음.

     * 물이 더러워져서 마실 수 없게 되었음.

     * 인간들이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고, 도시를 파괴하고 있음.

     * 인간들이 이상한 질병으로 죽어 가고 있음.

     * 몇몇 사람들은 돈이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없음.

     * 어떤 사람들은 먹을 것이 너무 많고 다른 사람들은 굶고 있음.

     * 많은 인간들이 불행과 슬픔과 상실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음.

 

  하느님은 잠시 동안 할말을 잃었단다. 상심한 표정으로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짓들을 바라보고만 있었지. 뷰바는 하느님 눈에 맺혀 있는 눈물을 보자, 찔끔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단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구름 한 조각을 찢어 내어 하느님께 바쳤지. 하느님은 그것을 받아 코를 흥 풀었단다. 그 요란한 소리가 코뿔소는 저리 가라였어. 그렇지만 뷰바는 워낙 예의바른 천사라,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았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마침내 하느님은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물었어.

 「그들은, 그러니까‥‥‥ 잊어버린 업니다.」

 「또 말인가?」

 「네, 대장. 또.」

  뷰바는 하느님 옆에 앉아 다시 구름 한 조각을 찢어서 건네고는, 코뿔소 소리가 공중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것을 눈살을 찌푸리며 참아 냈지.

  주위에 있던 다른 요정들과 천사들, 천사장들, 치품 천사들은 어느새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보이지 않았단다. 뷰바 혼자만 하느님 곁에 남아 있었지. 그러자 구름 속께서 암고양이 한 마리가 얼굴을 내밀었지. 고양이는 하느님께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하느님 다리에 몸을 살살 문지르더니, 이윽고 하느님 무릎 위로 팔짝 뛰어 올라가서는 <야옹> 하고 울었단다. 하느님은 고양이의 목덜미를 손으로 어루만져 주면서 천사에게 말했지.

 「어떻게 그처럼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당신은 잊었나요?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알아. 하지만 나와의 기본적인 관계만큼은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지. 즉 내가 그들을 사랑하니까 그들도 각자 서로를 사랑할 줄 알구 내가 그들에게 준 땅과 바다와 동물들을 언제까

지나 사랑하고 이용할 줄 알 것이라고 생각했어.」

  뷰바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단다. 그리고는 곧 텍사스 출신답게 용기를 내어 말했지.

 「인간들은 기억력이 나쁩니다, 대장. 게다가 온갖 잡스러운 것들이 그들의 마음을 흐려 놓고 머리를 혼란시키고 있어요.」

  하느님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했지.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 그들에게 우리의 목적과 자신들이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우주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자면 말일세.」

  뷰바는 구두의 박차를 짤랑거리며 다리를 접고 앉더니, 카우보이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하느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고양이가 팔짝 뛰어 내려와서 뷰바의 박차를 발로 톡톡 건드렸으나, 그는 고양이를 무시하고는 하느님께 반문했단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합니까? 하느님은 당신이지 내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자 하느님은 금이빨을 번쩍이며 웃고는 대꾸했지.

 「내가 그런 것들을 다 알면 묻지도 않지. 나도 가끔은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다네.」

 

 

내일 계속 들려드릴께여.

 



2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