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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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희 [sola1999] 쪽지 캡슐

1999-11-04 ㅣ No.1037

가을의 끝자락인거 같아요.. 가을이 다 가기전에 사랑하는 주위분들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ㅁ ㅁ ㅁ 가을편지 ㅁ ㅁ ㅁ -- 이해인 -- 당신이 내게 주신 가을 노트의 흰 페이지마다 나는 서투른 글씨의 노래들을 채워 넣습니다. 글씨는 어느새 들꽃으로 피어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은 없어지고 목소리만 살아남는 우리들의 가을. 가는 곳 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눈빛과 마주칩니다. 가을마다 당신은 저녁 노을로 오십니다. 가을의 그윽한 이마위에 입맞춤하는 햇살. 햇살을 받아 익은 연한 햇과일처럼 당신의 나무에서 내가 열리는 날을 잠시 헤아려 보는 가을 아침입니다. 가을처럼 서늘한 당신의 모습이 가을 산천에 어립니다. 나도 당신을 닮아 서늘한 눈빛으로 살고 싶습니다. 길을 가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주웠습니다. 크나큰 축복의 가을을 조그만 크기로 접어 당신께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앞엔 늘 작은모습으로 머무는 나를 그래도 어여삐 여기시는 당신 당신을 기억할 때마다 불 붙는 단풍수. 누구도 끌수 없는 불의 숲입니다. 당신이 그리울때마다 내 마음은 열리는 가을하늘. 그 누구도 닫지 못하는 푸른 하늘입니다. 거리엔 한잎 두잎 낙엽이 쌓이고 내마음엔 한잎 두잎 시가 쌓입니다. 가을이 내민 단풍빛의 편지지에 타서익은 말들을 적지 않아도 당신이 나를 읽으시는 고요한 저녁. 내 영환의 촉수높여 빈 방을 밝힙니다. 바람이 붑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내 고뇌의 분량만큼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게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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