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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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주 [hjanes] 쪽지 캡슐

2001-01-18 ㅣ No.1610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 길, 신경림

 

 

 

 

 

오늘 성서모임그룹원 두명(최재은, 박성재)이 창세기연수를 떠났답니다.

 

그들이 이번 연수를 통하여 스스로의 깊이를 들여다보며

 

스스로가 길을 만들었다고 자부하지 않는

 

길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그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긴 혹한속에서 오늘은 더더욱 축복된 날인 것 같습니다.

 

주님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보탬 : ’우정’이란 말은 오타가 아니구요 ’일부러’라는 강원도 방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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