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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아르미안의 네딸들'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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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TomTom] 쪽지 캡슐

2001-03-10 ㅣ No.939

신일숙 씨의 ’아르미안의 네딸들’을 보았다. 옛날에 끝권 빼고 몇 번이나 봤던 만화책이었다.

그 때는 네 딸들 가운데서 막내인 샤리(레 샤르휘나)가 너무 부러웠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들(그것도 세기의 멋진)이 줄을 섰고, 그들이 그녀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떨어진 예언(여기서 말하는 예언은 가톨릭 신자인 우리들이 보면 미신이지만, 신기하게 들어맞는다. 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슬픈 운명을 지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 못했던 나로서는 이 만화책을 끝까지 본 다음에야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샤리를 도와주었던, 샤리를 사랑하는 남자(거의 그리스 신화의 신적 존재)들이 하나 둘 그녀를 위해 죽어가고, 그리고, 그녀는 상처 뿐인 영광을 얻는다. 드디어 그녀가,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의 지배자인 ’불새’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운명의 상대(짝)인 에일레스 또한 죽는 것이나 다름 없는 너무도 긴 잠에 들어가고, 그녀를 옆에서 지켜 주던 벗들을 잃어버린 앞에서 그녀는 단지 사람들 때문에, 죽지 못하고 불새의 영광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녀가 불새의 운명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나는 끝권을 보고 나서야 샤리가 왜 슬픈 운명을 쥐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만화책은 10대나 20대의 젊은 사람들의 사랑에서부터 중년, 노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10대나 20대의 사랑은 다른 만화책에서 신물이 나게 봤지만, 은은하고 또 아름다운 그러나 잘 말하지 않는 중년과 노년의 사랑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쾌한 충격이었다. 이 사랑은 특히 셋째딸인 아스파시아에게서 나타난다. 그리스의 영웅 ’페리클레스’와의 중년 이상에 가서야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가 특히 그것이다.

이 만화책은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를 중심으로 페르시아 ’크세르 크세스’ 왕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여기서 신화나 역사적 사실들을 작가의 의도대로 바꾸어 얘기하기도 하고, 전혀 없는 얘기를 말하기도 한다.

그림들도 아름다웠다.

나는 만화책도 그냥 책 못지 않게 좋은 것을 느끼고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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