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거룩한 죽음을 맞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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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비가 왔다.
천둥 번개를 몰고 한치 앞도 안 보일 정도였다.
가로수들은 휘둘리다 못해 꺾이고 마구 찢어지고
그런데 그날 그가 갔다. 보고 싶다.
함께 했던 날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사랑했는데 얼마나 천진하고 순수했었는지 보고 싶다.
그는 성녀였다. 그 사랑의 빚을 갚아야 했는데 보고싶다. 그립다.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앙상하게 마른 얼굴에 활짝 핀 미소가 그립다.
"오늘은 나 가도 될거 같아 이젠 가도 되겠지 ?" 그날 그는 활짝 핀 미소 끝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갔다.
프란치스코 재속회 칠락 묵주와 자비의 기도까지 다 바친 후 보고싶다. 그 나라에서 지금 나를 내려다 본다고 생각한다.
부럽다. 나도 웃으면서 매 순간 거룩한 죽음을 맞이하는 성녀님들을 꼭 닮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