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백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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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 누워서 하루 지낸 일을 생각하다 오늘이 보름이라는 것을 알고 달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휘영청 밝은 달이 찬연히 빛나고 있었다. 밝은 달을 보자 백지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는 깨끗하게 창조 되었고, 또 영원히 깨끗하게 살테야, 하얀 내 몸에 더러운 것이
가까이 다가오는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난 불에 타 하얀재로 변해 버릴테야.
잉크병이 백지가 한 말을 듣고 그의 검은 가슴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잉크병은 백지
곁으로 가까이 갈 용기가 없었다.
여러 자루의 색연필도 백지가 한 말을 듣고, 그들도 마찬가지로 백지 곁에는 가지 않았다.
새야한 백지는 영원히 깨끗하고 정숙하게, 텅 빈채로 지냈다.
이 글을 읽으시고 백지에 대한 생각들을 나름대로 해 보시면 재미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