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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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희 [yeulim] 쪽지 캡슐

1999-12-23 ㅣ No.2666

드러 누워서 하루 지낸 일을 생각하다 오늘이 보름이라는 것을 알고 달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휘영청 밝은 달이 찬연히 빛나고 있었다.  밝은 달을 보자 백지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는 깨끗하게 창조 되었고, 또 영원히 깨끗하게 살테야, 하얀 내 몸에 더러운 것이

 

가까이 다가오는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난 불에 타 하얀재로 변해 버릴테야.

 

잉크병이 백지가 한 말을 듣고 그의 검은 가슴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잉크병은 백지

 

곁으로 가까이 갈 용기가 없었다.

 

여러 자루의 색연필도 백지가 한 말을 듣고, 그들도 마찬가지로 백지 곁에는 가지 않았다.

 

새야한 백지는 영원히 깨끗하고 정숙하게, 텅 빈채로 지냈다.

 

이 글을 읽으시고 백지에 대한 생각들을 나름대로 해 보시면 재미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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