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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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희 [kitty2529] 쪽지 캡슐

1999-10-30 ㅣ No.732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도 알게 되었다

. . .

 

내나이 25이 되도록 효도한번 제대로 못하고

아직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 . .

철없는 딸 시집 보내시기에 맘 편치 않으시리라는거 알아요

아빠딸 송희만 이사 하는날 . . .

아빤 아무말씀 안하셨지만 마음속으로 우신거 다 알아요

엄마도 끝내 눈에 눈물이 고이셨거든요

엄마 아빠 저 시집가서 잘 살께요

엄마 아빠도 제가 못다한 효도 다 할 수 있게 오래오래 건강하시구요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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