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녀 모니카 기념일 ’22/08/27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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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8-13 ㅣ No.5125

성녀 모니카 기념일 ’22/08/27 토요일

8월 환우 기원미사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말미암아 감염된 분들과 가족들이 어렵게 지내고 있습니다. 감기처럼 유행병처럼 취급하기도 하면서도, 감염되면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언젠가 한 번은 코로나19로 투병하고 계신 할머니 한 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그분이 대뜸, “신부님, 다 나아도 성당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창피하고 성당에 누를 끼쳐서요.”라고 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라고 답하면서, “어서 빨리 나아서 건강하고 기쁜 모습으로 성당에 오세요!“라고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마치 죄인처럼 바라보고 안 좋은 감정들을 주고받는 경향이 보입니다. 하지만 확진자는 어떤 의미에서 전염 가능성을 가진 환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전염된 피해 환우입니다. 환우들이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쩌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우리를 대표해서 병을 앓으며, 우리를 대신해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약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도움도 받고 실례도 하고 신세도 끼치면서 삽니다. 좋은 일만 하고 도움만 주면서 살면 좋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서로 주고받으며 삽니다. 때로는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받으면서 삽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지 않고 이렇게 부족한 점을 가지고 태어나게 하고, 또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도록 만드셨겠습니까? 어린이들이라면 바로 대답할 것입니다.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라고요.”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라고 하셨는데, 누군가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탓하고 외면하고 쪽박만 깨준다면, 그것은 주 하느님의 뜻도 아니고 그런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도 아니고, 사람들이 그런 공동체에는 함께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환우들에게는 왜 걸렸어?” “니가 잘못했으니까 걸렸지?” 하는 추궁과 저 사람 때문에 우리가 고생하는 거야!” 라고 비난하고 경원시하기보다는, “어디가 얼마나 아파?” “빨리 낳아.”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마음 단단히 먹고 잘 이겨내하는 위로와 배려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환우를 만나서 감염의 단계와 원인을 파악하고, 단계를 측정하여 분석하고 치료하며, 이동경로를 찾아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은 방역당국이 할 역할이고, 같은 환우를 만나면서 환우가 겪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같이 아파해주며 위로와 배려를 해 주는 것은 가족과 가족같은 이웃사촌들과 우리 그리스도교 교형자매들이 할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사도 성 바오로는 우리 그리스도 교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몸은 한 지체가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1코린 12,13-14) 그리스도교회의 신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약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우리는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특별히 소중하게 감쌉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1코린 12,22-23.26.27)라고 알려줍니다.

 

스스로 마스크를 잘 쓰고, 손과 몸을 잘 씻으며 개인위생에 조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또는 자신의 방심과 실수로 인하여 감염된 확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탓한다고 확산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환우들에게 낙인을 찍고 비난하거나 스스로 수치스러워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어떤 처지에 처했더라도 우리와 함께해 주시며, 힘을 북돋아 주시고 도와주시며 지켜주시는 주님의 사랑에 힘입어,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냅시다. 비단 코로나19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갖가지 질병으로 투병하고 계신 분들이, 육적으로는 주님 사랑에 힘입어 하루 빨리 쾌유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영적으로는 그 병고를 통해 성화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병고를 주 예수님께서 세상을 구하시려고 아파하시던 그 고통에 합치시켜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육적인 병고에 마음이 주눅 들거나 약해지지 말고, 우리의 노고를 통해 세상이 정화되고 구원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하며, 우리의 고통을 주님께 기꺼이 봉헌함으로써 주께서 세상 구원의 도구로 써주시도록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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