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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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5-05-14 ㅣ No.4037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헬렌 니어링 요즈음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감명 깊게 읽었다. 헬렌은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55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면서 덜 갖고도 더 많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두 사람 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 자취는, 남아 있는 우리에게 빛을 전하고 있다. 백 살을 살면서 세상을 좋게 만들고 지극히 자연스런 죽음을 품위있게 맞이한 스코트 니어링, 그리고 그를 만나 새롭게 꽃 피어난 헬렌은 그들의 건강과 장수를 위한 생활태도를 이렇게 말한다. 적극성, 밝은 쪽으로 생각하기, 깨끗한 양심, 바깥 일과 깊은 호흡, 금연, 커피와 술과 마약을 멀리함, 간소한 식사, 채식주의, 설탕과 소금을 멀리함, 저칼로리와 저지방,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음식물, 이것들은 삶에 활력을 주고 수명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흙을 가까이하면서, 약과 의사와 병원을 멀리하라고 충고한다. 두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묘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 밑에 땅을 느끼라. 농장 일이나 산책,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라. 근심걱정을 떨치고 그날그날을 살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인 경우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와라.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으라.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그리고 우주의 삼라만상에 애정을 가지라.'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은 대목은 스코트가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으로 기록한 그의 유서다. 그의 소원대로 사후를 마무리한 헬렌 또한 지혜롭고 존경스런 여성이다. 스코트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어떤 선사의 죽음보다도 깨끗하고 담백하고 산뜻하다. 죽음이란 종말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옮겨감인데, 그런 죽음을 두고 요란스럽게 떠드는 요즘의 세태와는 대조적이다. 스코트는 70대에 노령이 아니었고, 80대는 노쇠하지 않았으며, 90대는 망령이 들지 않았다. 이웃 사람들의 말처럼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되었다. 그의 삶을 우리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1. 마지막 죽을 병이 오면 나는 죽음의 과정이 다음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죽음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죽음이 가까이 왔을 무렵에 지붕이 없는 열린 곳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그러므로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 2. 나는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그러므로 어떤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없다. 3. 나는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 따라서, - 주사, 심장충격, 강제급식, 산소주입 또는 수혈을 바라지 않는다. - 회한에 젖거나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리를 함께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과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모든 삶의 다른 국면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4. 장례절차와 부수적인 일들 - 법이 요구하지 않는 한, 어떤 장의업자나 그 밖의 직업으로 시체를 다루는 사람의 조언을 받거나 불러들여서는 안되며,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내 몸을 처리하는데 관여해선 안된다. - 내가 죽은 뒤 되도록 빨리 내 친구들이 내 몸에 작업복을 입혀 침낭 속에 넣은 다음, 스프루스 나무나 소나무 판자로 만든 보통의 나무 상자에 뉘기를 바란다. 상자 안이나 위에 어떤 장식도 치장도 해서는 안 된다. - 그렇게 옷을 입힌 몸은 내가 요금을 내고 회원이 된 메인 주 오번의 화장터로 보내어 조용히 화장되기를 바란다. - 어떤 장례식도 열려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죽음과 재의 처분 사이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사나 목사, 그 밖에 직업 종교인이 주관해서는 안 된다. - 화장이 끝난 뒤 되도록 빨리 나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 만약 헬렌이 나보다 먼저 가거나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다른 친구가 재를 거두어 스피릿 만을 바라보는 우리 땅의 나무 아래 뿌려주기 바란다. 5. 나는 맑은 의식으로 이 모든 요청을 하는 바이며, 이러한 요청들이 내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란다. 스코트가 가기 한 달 반 전인, 그 이의 100세 생일 한달 전 어느날, 테이블에 여러 사람과 앉아 있을 때 그 이가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 이는 신중하게 목적을 갖고 떠날 시간과 방법을 선택했다. 정연하고 의식이 있는 가운데 가기 위함이었다. 그 이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 단식에 의한 죽음은 자살과 같은 난폭한 형식이 아니다. 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이다. 그 이는 안 팎으로 준비를 했다. 그 이는 언제나 '기쁘게 살았고, 기쁘게 죽으리. 나는 내 의지대로 나를 버리네.' 라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을 좋아했다. 이제 이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그 이는 스스로 육체가 그 생명을 포기하도록 하는 자신의 방법으로 죽음을 준비했다. 나는 동물들이 흔히 택하는 죽음의 방식,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어나와 스스로 먹이를 거부함 으로써 죽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조용히 받아 들였다. 한 달 동안 그 이가 뭔가 마실 것을 원할 때 사과, 오렌지, 바나나, 포도같이 그 이가 삼킬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쥬스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그 이는 '이제 물만 마시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는 병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정신이 말짱했고, 나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몸은 수분이 빠져나가 이제 시들어 가고 있었고, 평온하고 조용하게 삶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었다. 1983년 8월 24일 아침 나는 그 이의 침상에 같이 있으면서 조용히 그 이가 가는 것을 지켜 보았다. 반쯤 소리내어 나는 옛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노래를 읊조렸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해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나는 그 이에게 중얼거렸다. '여보,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룡한 삶을 살았어요. 당신 몫을 다 했구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세요. 빛으로 나아가세요. 사랑이 당신과 함께 가요.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잘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그 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 나무의 마른 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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