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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숫자로 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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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택 [stwee] 쪽지 캡슐

2002-11-11 ㅣ No.2110

      행복은 숫자로 잴 수 없다

     

     

     

    신문기사에 사람 이름이 나오면 옆에 나이가 나온다. 그 나이만 보고 뭘 알 수 있는지 모르지만 뭐라도 적어야할 필요가 있어서인지 꼭 나온다.

     

    운동선수의 경우 키와 몸무게가 따라온다. 키와 몸무게를 보고 그 선수의 운동능력을 알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꼭 따라오기 때문에 독자들은 무의식 중에 키와 몸무게가 선수들의 능력을 판단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전에 축구국가대표선수를 뽑을 때 덩치가 큰 유럽선수들과 상대하려면 체격이 커야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180cm 이상의 키가 큰 선수만 뽑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성적은 좋지가 않았는데 이번 월드컵 때에는 히딩크감독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170cm 초반의 선수들을 뽑아서 사강까지 가는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여자 연예인이나 미인대회에 나온 여자들의 이름 곁에는 키와 가슴 허리 엉덩이 크기가 나온다. 그런 숫자를 보고 미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꼭 따라 나온다.

    그 숫자들을 자신의 몸매와 비교해보고 열등감에 빠지는 여자들은 세상을 살 자격이 없는 것일까? 성형외과와 비만클리닉의 번창은 그런 풍조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설적인 플레이보이 돈판은 평생 1000명이 넘는 여자들을 꼬였다고 한다. 그 사람이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한 사람보다도 여자를 더 잘 안다고 할 수가 있을가? 아니 평생 한여자도 가까이 하지 않은 사람은 여자에 대하여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돈판에 비하여 1000분의 일 만큼도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산 것인가.

     

    남자들은 일주일에 몇번이나 성행위를 할 수있느냐로 자신의 남성다움을 재고 쓸데없는 열등감에 빠지고는 한다 그래서 비아그라가 대히트를 기록하고 비뇨기과가 돈을 번다. 그 숫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행복해지나?

     

    대단지 아파트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몇평짜리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서 계층이 나누어진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집에서 친구들에 대하여 얘기하면 엄마들이 먼저 몇평짜리 아파트에 사냐고 물어보고 작은 평수에 사는 아이들은 친하게 사귀지 말라고 한다고 들었다.

    백평짜리 아피트에 사는 사람이 삼십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보다 세배 더 부자이고 세배 더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들은 숫자가 모든 것을 나타내준다고는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의식 중에 막연히 숫자의 크기에 따라서 행복의 크기도 달라진다고 세뇌가 되어 있다.

    그러나 키와 몸무게가 운동선수들의 능력을 나타내주지 못하고 신체 사이즈가 미모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평수와 재산의 크기가 그 사람의 행복의 크기를 나타내주지 않는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다.

    삶의 질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행복은 숫자로 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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