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오늘도 날씨가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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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kjt] 쪽지 캡슐

1999-11-16 ㅣ No.131

가을이 깊어가면서 그 아름다움이 더 해 갑니다. 짧은 계절이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기에 겨울의 그 눈부심을 돋보이게 하나 봅니다. 깊어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듯 노랗게 빨갛게 물든 이파리를 흔들며 이 곳 나무들은 저처럼 겨울을 기다리고 있군요. 가을엔 겨울이 오길 기다리는 맘으로... 겨울엔 새봄이 오길 기다리는 맘으로... 그런 기대감에 사람들은 행복해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가 하면 그런 기대감에 지쳐 조급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 방 작은 벽에 있는 달력이 얇아질 때마다 계절은 깊어가게 마련이고, 어느 새 내 옆에 다가온 계절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것들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요.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할 때에는 시험 끝난 후의 시간을... 일이 바쁘고 맘의 여유가 없을 때에는 그 후의 여유를... 맘껏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 외로울 때에는 그 외롬을 달래줄 존재를... 우리는 조급하게 기다립니다. 그 시간들이 우리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그만큼 그 시간들이 우리에게는 고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 둘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고통들이 몇번씩 나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내가 배우는 것은 기다림입니다. 똑같은 시간이지만 조급함이 아닌 기다림으로 겪은 시간은 더 좋은 성과와, 더 성숙한 사랑과 더 아름다운 자신을 낳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기다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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