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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아내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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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정 [patritius] 쪽지 캡슐

2001-09-30 ㅣ No.3180

[꽁트] 아내와 딸

 

김 꼰지시오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음치의 3대 요건을 모조리 갖추고 있다.

 

첫째;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시간과 장소를 안 가린다. 다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허밍으로 한다.

둘째; 긴 노래를 좋아한다. 그것도 대중가요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성가, 특히 라틴어 성가를

     즐겨 부른다.

셋째; 본인이 음치라는 사실을 모르고 산다.

 

김 꼰지시오는 오늘도 아파트 거실 중앙에 서서 독창을 한다.

제법 폼을 잡고 "아베마리-아....그라씨아 쁠레에나....도미누스 떼에꿈...아아베에 마아리이아...."

 

안방에서 화장을 하던 아내는 방 문을 활짝 연다. 노래를 더 잘 들어주기 위해서이리라...

그런데...건너방에 있던 다 큰 딸아이는 반쯤 열려있던 문을 슬며시 닫는다.

 

똑같은 남성 독창? 인데 이렇게 듣는이의 반응이 다르다.

노래가 끝나니 아내는 짝짝짝 !  혼자 박수를 친다.

그래...성서에도 여자는 부모 품을 떠나 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리라......했던가?

이 다음에 자기 신랑이 노래를 부르면(나보다 노래를 못 불러도) 지금 아내처럼 박수를 치겠지.....

 

김 꼰지시오는  오늘도, 단 한사람의 청중을 위하여 노래를 부르리라!  하고 다짐하며 목청을 다듬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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