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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동화(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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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JSY2030] 쪽지 캡슐

1999-11-05 ㅣ No.1678

벌써 30분이 흘렀군요.

누군가를 이렇게 오랫동아 기다려 본지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제게는 공중전화를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돈도 두둑히 있고,

지금 당장이라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유롭게 통화할 수도 있는 사치도 주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느것도 편들지 않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올테니까요.

 

아! 드디어 왔군요!

머리를 꽉 땡겨 묶은 듯 잔머리가 여기저기 빠져나온 일곱살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눈썹 밑으로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는지 연신 미간을

찡그리는 남자아이 아마도 두 손을 꼭 잡은 그 둘은 남매인 듯 합니다.

저는 아주 익숙한 눈길로 그 아이들이 가게 될 곳에 먼저 가있습니다.

아! 저런.   붕어방이 많이 남았군요.

아이들은 한 손에 서너개의 붕어빵을 집어들며 좋아라 웃고 있습니다.

한편 그들을 지켜보는 이의 얼굴에는 씁쓸한 흐뭇함이 어려 있습니다.

가로등의 불이 점점 밝은 빛을 발하고 상점들은 하루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쩜 이미 왔을런지도 모릅니다.

저 깊숙한 곳에서 스물스물 느껴지는 묘한 감동을 저는 그렇게 오랜동안

기다렸나봅니다.

 

이 가을 그대가 기다리는건 혹시 코끝이 찡하게 전해지는 감동이 아닐런지요....

 

 

추신: 차디찬 붕어빵은 마치 붕어싸만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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