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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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shy] 쪽지 캡슐

2001-11-23 ㅣ No.5300

 

 

 

 

나는 굶주렸으니

먹을 음식뿐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참평화에 굶주렸으니.

 

나는 목말랐으니

마실 물뿐 아니라

전쟁으로 치닫는 격렬함을 서늘하게 적셔 줄

참평화에 목말랐으니.

 

나는 헐벗었으니

입어야 할 옷이 없어서 뿐 아니라

품위와 존엄성을 지녀야 할 남녀들이

그 아름다움을 지니지 못해 헐벗었으니.

 

나는 나그네 되었으니

단단한 벽돌로 지은 집이 없어서 뿐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

나그네 되었으니.

 

우리 모두는 그저 주님의 자그마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所任을 다 이루고 나면 조용히 사라져야 할........

.

.

그 집에 구경가면 모두들 부러워했어요.

어마어마한 평수의 아파트에 값비싼 가구들.

 

와! 이런데서 하루쯤 살아봤음 좋겠어.

난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그런데 한순간에 사라져버렸어요.

生死의 갈림길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중환자실에서의 닷새동안,......

그시간 그렇게 연기처럼 조용히 죽어가고 있었어요.

죽음앞에선 눈에 보이는 세상것들이 참 하찮은 것임을 그분을 통해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었고, 그렇게 부러워하던 이들도 아무소리도 하지 못했어요.

 

그순간 제 머릿속에 이 말씀이 떠올랐어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요한 6.26-27) '

 

아직도 눈에 선해요.

순한 양처럼 너무나 좋은 분이셨는데,.......

의식이 없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외롭게 죽어가서 더 불쌍하더라구요.

 

언제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이라는 손님을

누구나 반갑게 맞이하기란 쉽지 않을거예요.

 

그치만 나에게 찾아온 손님인데

싫어도 내색하지 않고 기꺼이 기쁘게 맞이해야 할것 같아요.

 

그럴 수 있도록 깨어 준비하면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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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저희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차별없이 은총의 선물을 주셨어요.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저희들이었는데 너무나 감사드려요.

오히려 그들을 당신의 도구로 삼으셨으니 말이에요.

저희들에게 맡겨주신 所任들,......

힘들다고 불평하며 짜증부릴때가 더 많았는데,

그때마다 예수님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해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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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家를 하고 생활하면서 함께 있을때는 잘 몰랐는데 休日에 찾아뵐때면

빈손으로 가면 허전해서 뭐라도 들고 가요.

평소에 동생은 거의 용돈도 못줬는데,......

동생 시집가면 집에 모셔두라고

사무실에 걸린 십자고상처럼 큰걸 미리 사놨어요.

그리고 항상 같은 대답이지만 아버지 안부는 잊지 않고 꼭 물어봐요.

왜냐하면 나중엔 기쁜소식을 들을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렇게 제게 선물로 주신 가족들과

직장생활하면서,.....

관심을 갖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너무나 행복하구요.

맨날 보지는 못해도 그분들이 아직은 잘살고 계셔서 또 행복해요.

살아계실 때,  옆에 있을 때 잘해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누군가 저에게 가장 슬플때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요.

전 이렇게 대답할꺼에요.

生離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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