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한여름밤의 외출- "동감" 감상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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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6-27 ㅣ No.1275

비내린 월요일 밤 우린 영화를 보러 갔다.

"박하 사탕" 이후  몇달만인가? 60년대에 이어 제2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 영화 중에서  "동감"이라는 작품을 보러 간다.

 

 오늘은 이기헌 본당 신부님께서 날로 앙상해가는 우리의 정서를 살찌워 주시려고 이렇게 네티즌들을 불러 모아  공짜로 영화 구경까지 시켜 주시는거다.

  부슬 부슬 내리는  비를 맞아 가며 종로3가 단성사로 향한다. 그러고보니 정말 청량리는 근사한 개봉관 하나 없다. 눈을 들어보면 온통  에로물 전용 극장 뿐이니 영화다운 영화 한편 보기 힘들다.

 저녁 8시. 벌써 극장 앞에는 신부님과 청량리성당  게시판의 시삽 제니, 그리고 헤진이 형천이 동민이 최재선 소은성...예닐곱명이  한 밤의 판타지를 고대하며 나와 기다리고 있다. 시간 맞춰  영화를 보러 모여든 네티즌은 총 18명. 신부님 거금 투자하셨네!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하나 없이 남성 주인공을 맡은 유지태가 요즘 한창 뜨는 중이란 이야기만 듣고 극장 안으로 향한다.

 영화는  77학번 윤소은 (김하늘 역)이 우연히 얻게된 무선기로 2000년대를 사는  99학번의 인(유지태 역)과 아마추어 무선 햄을 통해 교감하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영화 속의   윤소은이 사는 시대 배경은 1979년의 유신말기이고 , 99학번의 인이 사는 배경은 22년 후인  2000년이다.

 22년의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두고  두사람이  교신하는 내용은 때로 코믹하다.

 우리가 살아본 시대이지만 현격한 문화와 사고의 차이를 돌아보게한다.

 

 2000년에 사는 "인"과 교신을 나누는 1979년의 " 소은"에게는  그야말로 20년뒤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일은  신비롭다. 운동권 선배를 짝사랑하는 소은은 2000년의  세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기술이 나오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인은 여전히 2000년의  세상에도 그런 기술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은 어느 시대나  세상에서나 여전히  가장  큰 고민이요,젊은 날의 과제임을 말하고 동감한다.  

 

 영화는 강요하는 메시지도 없고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다.

 

  옆 자리에서 영화를 본 막달레나는 아마추어 무선 햄을 하는  친구에게 시공을 초월한  통신이 가능한가  물어 보겠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의 세상이 아니라,  무한히 큰 5 차원의 세상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으니까  주파수를 잘 맞추면  시공을 초월한 이런  대화가 가능한 세상이 또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상상을 하며 돌아온 즐거운  한 여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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