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가을선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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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희 [kitty2529] 쪽지 캡슐

2000-09-28 ㅣ No.1617

 

아버지의 산

 

      김용례

 

 

 세월의 무게 그대로

골 깊은 골짜기

몇날며칠 휘몰아친 광풍에 멋대로 휘어진 가지

추스려 바로 세우고

괄게 지핀 숯불사랑 깊은 산맥 심지로 묻어 둔다.

 

산 첩첩, 물 첩첩

건너야할 이승의 징검다리

몇 겁이 지나도 광채를 발하는 순금약속처럼

아버지의 산은 늘 청청한 줄 알았지요

 

밥 힘이 생명 끈이요 돈 끈이라던 질긴 끈을

절반 이상 끊어내야 하는 수술실에서

다시 깨어나셔서 이 딸들 보시더니

"애 아범 오기 전에 어서들 가서 저녁해라"

헛기침으로 버티신 그 산이 곰삭은 서까래처럼

주저앉고 있는 것을 그 때 보았지요.

 

그러나 아버지

비워낼수록 더욱 그윽해지는 겨울 산처럼

아버지의 산에 오르면

수천 길 낭떠러지가 조금도 무섭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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